우달이
  1. 헷갈리기 쉬운 말

이미지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과 임원들이 서울 도심에서 여대생의 치마를 들춘 뒤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 추태를 벌이다 경찰에 입건된 일이 있습니다.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요. 이를 보도한 신문들도 참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사실을 보도한 신문들이 죄다 우리말 오용 사례를 하나씩 만들어 낸 것이지요.




저도 첫 문장에서 쓴 ‘치마를 들춘 뒤’의 ‘들춘’이 바로 그것입니다.




신문들은 하나같이 “박씨가 치마를 들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입건하지 않았지만”(서울신문) “박 모 양의 치마를 들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등”(국민일보) 따위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볼 때 대기업 사장과 임원들은 치마를 들추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치마를 들쳤을 뿐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우리말에서 ‘들추다’와 ‘들치다’는 소리가 비슷해 잘못 쓰기 쉬운데요. 치마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들추다’보다 ‘들치다’를 써야 바른 표현이 됩니다.




‘들추다’는




“속이 드러나게 들어 올리다”(이불을 들추다 / 아이들은 돌을 들추어 가재를 잡았다)


“무엇을 찾으려고 자꾸 뒤지다”(요리책을 들춰 가며 만든 음식 / 요즘은 낡은 고서나 들추며 한가로이 지내지요 / 상자를 들추다가 우연히 사진첩을 발견했다.)


“숨은 일, 지난 일, 잊은 일 따위를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다”(남의 결점을 들추다 / 남의 사생활을 들추다 / 그의 죄상을 모조리 들추어 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 황 장로가 마침내 자신의 그 소름끼치는 옛 이야기를 들추고 나선 것은 그런 일이 있고 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등의 뜻을 지닌 말입니다.




따라서 당시 대기업 사장과 임원들이 치마를 들췄다고 하면  그 여성의 속옷이 다 보일 정도로 치마를 위로 한껏 올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치마를 들치다’로 써야 합니다.




‘들치다’는




“물건의 한쪽 끝을 쳐들다”라는 뜻의 말로,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치며 장난을 친다” “누군가가 문득 천막 포를 들치고 그들의 대화 속에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등으로 쓰입니다.




즉 여자아이들의 치마를 들어올리며 ‘아이스께끼’를 외치던 짓궂은 장난에서는 ‘치마를 들춘 것’이 아니라 ‘치마를 들친 것’입니다.




특히 스스로가 치마 끝을 살짝 들어올린 것에는 절대 ‘치마를 들추고 내를 건넜다’ 따위로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요. “일본이 과거의 문제를 들쳐내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지나간 옛이야기를 들쳐내고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따위처럼 “숨은 일, 지난 일, 잊은 일 따위를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다”라는 뜻으로 ‘들쳐내다’를 쓰는 일도 흔한데요. 이때는 저 앞에서 보듯이 ‘들추어내다(들춰내다)’로 써야 합니다.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04.26

댓글 2

  1. 대표사진

    서진

    작성일
    2009. 5. 1.

  2. 대표사진

    우달이

    작성일
    2009. 5. 1.

우달이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1.3.20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11.3.20
  2. 작성일
    2011.3.1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1.3.19
  3. 작성일
    2011.3.16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11.3.16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
    좋아요
    댓글
    92
    작성일
    2025.5.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5.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17시간 전
    좋아요
    댓글
    63
    작성일
    17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