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5.3
어제도 한 방송에서 그러더니 오늘 아침 모 방송에서도 ‘도찐개찐’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프로그램인 만큼 바른말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것이어서 더욱 마뜩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찐개찐’은 일반인들은 물론 언론들도 “곽정숙 의원은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서 도찐개찐하며 다투지 마라’고 꼬집었다” 따위처럼 흔히 쓰는 말입니다.
이 ‘도찐개찐’과 함께 ‘도낀개낀’도 널리 쓰입니다. “집권당의 장관이고 야당 의원의 차이일 뿐 서로간의 경기력은 도낀개낀이기 때문이다”처럼요. 그러나 ‘도낀개낀’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서로 비슷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도찐개찐’ ‘도낀개낀’의 바른말은 ‘도 긴 개 긴’입니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합니다.
윷놀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잡아야 할 말이 두 칸 앞에 있으면 ‘개 긴[개낀]’이라 하고, 세 칸 앞에 있으면 ‘걸 긴[걸낀]’이라고 합니다.
즉 윷놀이에서 도나 개가 나오면 멀리 달아나지 못해 잡히기 쉽다는 의미에서, 하찮은 것을 서로 비교하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쓰는 말이 ‘도 긴 개 긴’인 것입니다.
이를 ‘도찐개찐’ ‘도낀개낀’ ‘도끼니개끼니’로 쓰는 것은 모두 잘못된 표기입니다.
‘긴’이 생소하게 들리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여러분도 흔히 쓰는 말입니다. ‘난다 긴다’의 ‘긴’이 바로 그것입니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가리킬 때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때의 ‘난다’는 “날아 다닌다”, ‘긴다’는 “기어 다닌다”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 역시 윷놀이에서 유래한 것인데, ‘난다’는 “윷놀이 판의 말이 나는 것”이고 ‘긴다’는 “긴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난다 긴다’는 “윷놀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 의미가 바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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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