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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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사무실 문을 빼꼼히 연 40대 아주머니 둘이 양산을 접으며 들어섰다.”(매일경제 경제 2009년 5월 4일)




“오늘도 신문 한구석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 수많은 김씨, 이씨, 박씨의 사연 중 하나다.”(헤럴드경제 2009년 5월7일)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빼꼼히’는 신문과 방송 등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일반인들도 “수줍은 듯 고개를 빼꼼히 내민 꽃”이라거나 “그녀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나를 쳐다보았다” 따위처럼 널리 쓰고 있습니다.




‘빼꼼히’는 누군가 살짝 엿보는 모습을 마치 그림으로 보여주는 듯한 말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우리말 관련 책에는 ‘빼꼼히’를 써서도 안 된다고 밝힌 내용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전도 그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빼꼼히’를 쳐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 쓴 말이라며 다른 말로 검색하라고 알려줍니다. 네이버의 국어사전은 아예 그런 말이 없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는 “‘빼꼼히’는 잘못 쓴 말이다”라고 주장하는 글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 모두가 ‘빼꼼히’ 대신 쓰도록 한 말은 ‘빠끔히’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많은 국어사전과 네이버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합니다.




사실 ‘빼꼼히’는 얼마 전만 해도 바른말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립국어원이 ‘빼꼼’과 ‘빼꼼히’에 표준어의 옷을 입혀 주었습니다. 사람이 널리 쓰는 말이 곧 표준어라는 관점에서 참 잘한 일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작은 구멍이나 틈 따위가 도렷하게 나 있는 모양”(빼꼼히 뚫린 들창으로 달빛이 들어온다) “살며시 문 따위를 아주 조금 여는 모양”(아이가 방문을 빼꼼히 열고 엄마 얼굴을 살핀다) “작은 구멍이나 틈 사이로 아주 조금만 보이는 모양” 등의 의미로 ‘빼꼼’과 ‘빼꼼히’를 쓸 수 있다고 올려놓았습니다. ‘빼꼼하다’라는 형용사가 표제어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옛날의 생각에만 머물러 ‘빼꼼히’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글이 많습니다. 그런 내용이 하루바삐 바로 잡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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