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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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 씀씀이와 사전의 뜻풀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말들은 대개 언중의 말 씀씀이를 사전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내가 이 비러먹을 여드름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비러먹을 학원, 정말 가기 싫어요”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비러먹다’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러먹다’는 모든 사전이 ‘빌어먹다의 잘못’으로 다루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전들은 ‘빌어먹다’를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다”라는 뜻으로만 풀이해 놓고 있습니다.




예문들도 “밥을 빌어먹다” “빌어먹는 형편에 집이 있을 리 없다” “아침저녁 때는 집집을 찾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었다” 따위처럼 ‘구걸’하는 의미로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중이 ‘비러먹다’(아니면 ‘빌어먹다’든)를 쓸 때는 구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나 짜증을 나게 하고, 더러는 욕을 하고 싶은 어떤 대상을 얘기할 때 쓰는 일이 흔합니다.




위의 예문들도 그런 쓰임으로 ‘비럭먹다’를 쓴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들이 언중의 말 씀씀이를 살펴 ‘비럭먹다’를 새로운 표준어로 삼든지, 아니면 ‘빌어먹다’에 새로운 뜻풀이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빌다(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먹다’로 이뤄진 ‘빌어먹다’는 “구걸하다”는 의미로 남겨두고, 어떤 욕 따위를 나타내는 말은 어원이 불문명하니 그냥 소리 나는 대로 ‘비러먹다’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생각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절대 ‘비러먹다’를 써서는 안 됩니다.




참 ‘빌어먹다’와 똑같은 의미의 말로는 ‘배라먹다’도 있습니다.


또 “남에게 구걸하는 짓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비럭질’도 쓰입니다. ‘비럭질’은 ‘빌+억+질’로 이뤄진 말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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