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6.21
한 독자께서 재미난 질문을 보내 왔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알면 좋을 것 같아 이곳에 올립니다.
“영계라는 말에서 ‘영’이 어리다는 뜻의 영어냐”는 게 질문의 요지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영계’가 ‘YOUNG + 鷄’일까요? 언뜻 그럴 듯해 보입니다. 인터넷에는 그렇게 주장한 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그 글은 엉터리입니다. ‘영계’의 ‘영’은 ‘YOUNG’과 눈곱만큼도 관계가 없습니다. 영계는 우리나라에 영어가 알려지기 전부터 쓰던 말입니다.
저와 여러분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위의 할아버지도 ‘영계백숙’으로 몸을 보하셨지요.
‘영계’는 한자말 ‘연계’가 변한 것입니다. ‘연계(軟鷄)’는 한자 뜻 그대로 “무른 닭”입니다. 아직 덜 성숙해 뼈가 단단히 굳지 않았다는 뜻이죠. 크기로는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을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말에서 ‘ㄴ’은 ‘ㄱ’ 앞에서 ‘ㅇ’으로 소리 나곤 합니다. ‘전국적으로’가 [정국쩌그로]로, ‘건국대’가 [겅국때]로, ‘반가워’가 [방가워]로 소리 나는 것처럼요.
이런 형상에 따라 ‘연계’가 [영계]로 소리 나던 것이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면서 아예 ‘영계’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연계(軟鷄)’를 “‘영계’의 원말”로 밝히고 있습니다.
‘영계’가 한자말 ‘연계’에서 온 것처럼, 우리말에는 순우리말(고유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한자말에 뿌리를 둔 것이 참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여러분이나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할 ‘숭늉’도 순우리말이 아닙니다. 한자말 ‘숙랭(熟冷)’이 변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익힌 찬물”이라는 얘기죠.
이런 것을 보면, 우리말 공부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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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