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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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그 말의 뜻을 살펴보면 ‘피식~’ 하고 웃음이 나는 표현이 더러 있습니다.




저도 무심결에 쓰고, 여러분 역시 별 생각 없이 쓰는 ‘술이 취했다’는 표현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 술이 취해 헛소리를 많이 하는 것 같네요”(네이버 블로그)




“기강이 풀어져 보초도 세워 놓지 않고 술이 취해 자고 있던 장초의 장졸들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이문열의 ‘초한지’)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술이 취하다’는 아주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벌써 눈치챘겠지만, 사람이 술에 취하는 것이지, 술 자체가 취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위기에 취하다’를 ‘어떤 분위기가 취하다’로 쓸 수 없듯이, 술이 취할 수는 없습니다. 술에 취하는 것이죠.




술에 취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가려 쓰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




우선 “술에 취하여 정신이 조금 어렴풋한 정도”를 뜻하는 말은 ‘얼근하다’입니다. 거기에서 더 마셔 “몹시 취해 정신이 아주 어렴풋해진 정도”이면 그때는 ‘얼큰하다’를 써야 합니다. 또 “술 따위에 어지간히 취한 상태”를 이르는 말로는 ‘거나하다’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얼근하다’와 ‘얼큰하다’를 설명하면서 “술이 취하여…”라고 풀이해 놓고 있습니다. 마치 ‘술이 취하다’가 바른 표현인 양 해 놓은 것이죠.




그러나 ‘취하다’의 풀이에서는


“(‘…에’ 뒤에 쓰이어) 어떤 기운으로 정신이 흐려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다”라고 풀이하면서




에 취하다.


뜨거운 열기에 취하다.


에 취하다.


마약에 취하다.


약 기운에 취하다.


나는 방 안 가득 퍼진 꽃향기에 취해 정신이 아찔해졌다.




등의 예문을 들어놓고 있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풀이이고 설명입니다.


‘취하다’에서는 앞에 ‘…에’가 온다고 해 놓고는 ‘얼근하다(얼큰하다)’에서는 ‘술이 취해…’로 풀이해 놓았으니,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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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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