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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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으로 하는 말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욕도 우리말의 한 가지이고, 그 안에는 나름의 규칙도 있습니다.




욕으로 하는 말을 글로 옮길 때 가장 흔히 틀리는 말은 ‘젠장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저도 가끔 ‘이런 젠장할!’이라는 말을 씁니다. 물론 이 말은 남에게 하기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하곤 합니다.




그런데요. 저도 가끔 쓰는 이 ‘젠장할’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욕이라서 바른말이 아니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표기 자체가 잘못된 말입니다.




우선 ‘젠장할’을 쓸 수 있으려면 ‘젠장하다’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없습니다.




‘젠장’은 ‘제기 난장’의 준말입니다. 여기서 ‘제기’는 “제기랄”이고, ‘난장(亂杖)’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신체의 부위를 가리지 아니하고 마구 매로 치던 고문”을 뜻합니다. 이런 ‘난장’ 뒤에는 ‘하다’보다 ‘치다’나 ‘맞다’가 와야 격에 어울립니다.




사전들도 ‘난장칠’(난장을 칠 만하다는 뜻으로, 못마땅할 때 욕으로 하는 말)과 ‘난장맞을’(난장을 맞을 만하다는 뜻으로, 몹시 못마땅할 때 욕으로 하는 말)을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여러분 귀에도 ‘몰매를 맞다’나 ‘몰매를 치다’는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몰매를 하다’는 아주 어색하게 들릴 겁니다.




참, 앞에 나온, “언짢을 때에 불평스러워 욕으로 하는 말” ‘제기랄(=제기)’은 ‘제기다’에서 온 말이라는 게 언어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제기다’는 “소장(訴狀)이나 원서(願書)에 제사(題辭)를 적다”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형사고발하다(당하다)’를 뜻하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나는 ‘제기럴!’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한겨레)


제기럴…오늘 신검통지서 나왔네요.”(네이버 블로그)




따위 글에서 보이는 ‘제기럴’은 반드시 ‘제기랄’로 써야 하고요.




“젠장할, 그건 너무 심합니다!”(문화저널21)


“끝나지 않은 여름, 젠장할”(네이버 블로그)




등의 표현에서 보이는 ‘젠장할’은 ‘젠장칠’이나 ‘젠장맞을’로 써야 합니다. 국어사전들에도 다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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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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