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8.4
“키가 큰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은 ‘꺽다리(=키다리)’입니다. 여러분도 ‘꺽다리’라는 말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꺽다리’는 종종 ‘장다리’라는 말과 함께 쓰입니다.
“꺽다리와 장다리’ 공격수 석현준(189㎝) 이재일(175㎝)이 두 골씩 터뜨렸다.”(스포츠칸)
“이건 뭐, 꺽다리와 장다리 수준일세.”(네이버 블로그)
따위처럼요.
그런데요. 이 ‘꺽다리와 장다리’는 아주 이상한 조합의 표현입니다.
‘꺽다리’는 “키가 큰 사람”이지만 ‘장다리’는 “무와 배추 따위의 꽃줄기”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다리’의 껍질을 벗겨 내고 먹으면,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것이 아주 맛있죠. 어린 시절 등하교길에 그것을 꺾어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동요 ‘잠자리’에도 이 ‘장다리’가 나옵니다.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
살금살금 바둑이가 잡다가 놓쳐 버렸다
짖다가 날려 버렸다~
라고요.
그렇다면 이 말도 안 되는 ‘꺽다리와 장다리’가 널리 쓰이는 까닭은 뭘까요?
제 생각으로는 1950대 초반 아주 인기를 모았던 만화 <꺼꾸리군 장다리군> 때문인 듯합니다.
1953년부터 1955년까지 학생잡지 <학원>에 연재된 <꺼꾸리군 장다리군>은 독특한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1970년대 후반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만화에서 꺼꾸리 군은 키가 큰 학생으로, 장다리 군은 키가 작은 학생으로 그려졌지요. 이후 ‘키가 작은 사람은 장다리’라는 인식이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혔을 듯합니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지만 ‘장다리’는 “무와 배추 따위의 꽃줄기”이지, 키가 작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쓸 수는 없습니다. 만화 주인공 이름이 그랬다고 해서, 그것이 새로운 일반명사가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장다리’를 보면 그 생김새가 작달막하지 하지 않고 기다랗습니다. ‘훤칠하다(길고 미끈하다)’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죠.
그러면 ‘꺽다리’에 대립되는 “키가 작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뭘까요?
그것은 바로 ‘작다리’입니다. 이 말은 모든 국어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키가 작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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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