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입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 김치인데도, 그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이 더러 있습니다.

‘깍두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문한 순댓국이 모두 나가고 탁자마다 모자란 김치와 깍뚜기를 채워준 후에야 계산대에 털썩 주저앉은 김씨는…”(2009년 1월 23일 강원일보)

“어린이를 위한 맵지 않은 초간단 깍뚜기 만들기”(네이버 블로그)

등의 예에서 보듯이 “무를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를 ‘깍뚜기’로 적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글맞춤법에는 “한 형태소 안에서 ㄱ, ㄷ, ㅂ, ㅅ, ㅈ 받침 뒤에 오는 첫소리는 된소리로 나더라도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덥석’이 [덥썩]으로, ‘덕지덕지’가 [덕찌덕찌]로 소리 나도 그렇게 적지 않는다는 것이죠.

‘깍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깍뚜기]로 소리 나도 그렇게 적어서는 안 됩니다. 또 ‘깎두기’로 적는 이들도 있는데, 이것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이 깍두기는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크기가 조금 다릅니다. 설렁탕집 같은 데서는 더러 엄청 큰 깍두기를 보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석박김치’ 또는 ‘석박지’로 부르고, 그렇게 쓰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석박김치’도, ‘석박지’도 아닙니다. 일단 우리말에는 ‘석박김치’와 ‘석박지’가 없습니다. 아니, 좀 더 분명히 하면 ‘석박김치’는 북한에서만 먹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석박김치’는 우리 사전들이 ‘섞박지’로 쓰라는 말의 북한 문화어라는 얘기입니다. 즉 ‘석박김치’와 ‘석박지’의 표준어는 ‘섞박지’입니다.

그런데 이 ‘섞박지’는 우리가 설렁탕집 등에서 보는 커다란 깍두기를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배추와 무ㆍ오이를 절여 넓적하게 썬 다음,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를 가리킵니다. 배추와 무ㆍ오이가 섞여 있어서 ‘섞박지’인 것이죠.

그럼 설렁탕집 등에서 보는 커다란 깍두기는 무엇이 바른말일까요. 그냥 깍두기입니다. 크기가 크든 작든 무를 깍둑깍둑 썰어 담근 김치는 모두 ‘깍두기’입니다.

‘묵은지’도 현재로서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묵은지’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지’가 “김치의 경상ㆍ전라도 사투리”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오이지’ ‘짠지’ 등에서 보듯이 “김치”를 뜻하는 ‘지’가 붙은 말이 두루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를 통째로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김치”가 ‘짠지’라면, “묵혀 두고 먹는 김치” 역시 ‘묵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묵은지’를 먹는 풍습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어느 사전도 ‘묵은지’를 표제어로 올려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