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10.5
“1년에 2~3번 피는 군자란, 지금이 두 번째 벙그러진 모습입니다.”(네이버 카페)
“꽃구름 그늘 아래 뜨거웠던 입김 찾아 눈물이 맺기 전의 벙그러진 꽃잎 속에 불타는 열정을 담아 입맞춤하고 싶다.”(네이버 웹문서)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벙그러지다’는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특히 말맛이 좋아서 문학적 표현에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벙그러지다’는 ‘벙글어지다’로 써야 합니다. 이 말의 기본형이 ‘벙글다’이기 때문이지요.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기다”를 뜻하는 ‘벙글다’에 보조동사 ‘(-어)지다’가 붙은 것이 ‘벙글어지다’입니다.
그런데 바른말 ‘벙글어지다’를 잘못 쓰는 일도 아주 흔합니다.
저 앞에서 “1년에 2~3번 피는 군자란, 지금이 두 번째 벙그러진 모습입니다”라고 한 예문의 사진을 보니 이미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또 “꽃구름 그늘 아래 뜨거웠던 입김 찾아 눈물이 맺기 전의 벙그러진 꽃잎 속에 불타는 열정을 담아 입맞춤하고 싶다”라는 예문에서도 이미 꽃잎이 피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벙글다’는 아직 꽃잎이 피지 않고, 꽃망울이 맺힌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꽃망울이 벙글어졌다가 꽃이 피는 것이죠.
이처럼 꽃이 활짝 핀 것을 두고 ‘벙글어지다’로 쓰는 것은 ‘벙글어지다’를 ‘벌어지다’와 같은 뜻의 말로 생각하는 탓인 듯합니다. 하지만 ‘벌어지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벙글어지다’는 사투리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벙근 입술 사이로 새하얀 치아가 보였다”라는 표현 속의 ‘벙근’은 ‘벌어진’으로 써야 합니다.
즉 ‘벙글다’는 꽃망울이 맺히는 것이지, 꽃망울이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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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