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2.6
예전에도 얘기했듯이, 우리말에는 글로 적을 때 한자의 본음과 우리말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 더러 있습니다. 그중에 어떤 한자말은 상황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 한자가 두 가지 이상의 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정말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지요.
‘怒’도 그중 하나입니다. ‘怒’는 ‘성낼 노’자입니다. 분노(憤怒) 격노(激怒) 등이 怒자의 원래 쓰임이지요.
그런데 이 怒자가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뜻하는 喜怒哀樂에서는 ‘희로애락’으로, 한글 적기가 달라집니다.
이는 활음조(滑音調)에 의한 것인데, 활음조란 말 그대로 ‘듣기 좋은 음질’을 뜻합니다. 즉 ‘희노애락’보다는 ‘희로애락’이 말하기 쉽고 듣기에도 좋아 그렇게 쓰도록 한 것입니다.
“크게 성내는 것”을 일컫는 大怒도 한글로 적을 때는 ‘대노’가 아니라 ‘대로’로 써야 합니다.
이즈음에서 뭔가 불현듯 떠오르는 게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怒’는 받침이 없는 말 뒤에서는 ‘로’로 적고, 받침이 있는 말 뒤에서는 ‘노’로 적어야 합니다.
諾도 怒와 마찬가지입니다. 諾은 ‘허락할 낙’자입니다. 하지만 이 한자 역시 받침이 없는 말 뒤에서는 ‘락’으로, 한글 적기가 달라집니다. 허락(許諾)과 수락(受諾)이 그렇게 쓰는 예이지요.
이 허락․수락 등 때문에 應諾과 承諾을 ‘응락’과 ‘승락’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받침이 있는 말 뒤에서는 원래 소리대로 ‘응낙’과 ‘승낙’으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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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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