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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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이 순간에도 탄생과 성장, 변화를 멈추지 않는 생명체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해서 무작정 ‘쓰지 못하는 말’로 못 박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람이 널리 쓰지만, 표준어로 대접하기 곤란한 말도 있습니다. 우리말의 품위를 지나치게 떨어뜨리거나 우리말법 자체에 크게 어긋나는 말이 그런 것이지요.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싸우죠. 사소하게 빈정 상하는 것도 싸우는 거잖아요.”(레이디경향 2010년 1월 13일)




따위 예문에서 보이는 ‘빈정 상하다’도 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표준어가 되기는 힘든 말입니다.




보통 ‘빈정 상하다’는 “비위에 거슬려 기분이 몹시 언짢다”거나 “비위에 거슬려 아니꼽게 생각되다”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빈정’이라는 명사는 없습니다. 이 ‘빈정’은 “남을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자꾸 놀리다”를 뜻하는 ‘빈정거리다’의 어근일 뿐입니다.




‘늠름하다’의 어근 ‘늠름’을 “그는 늠름이 돋보였다”라고 쓸 수 없듯이, 어근이 독립적으로 쓰이지는 못합니다.




더욱이 ‘빈정 상하다’는 구조적으로도 이상한 말입니다.




‘빈정거리다’는 남이 하는 행동이지만, ‘상하다’는 나 스스로 일으키는 감정입니다. 다시 말해 ‘빈정거리다’는 가해자의 것이고, ‘상하다’는 피해자의 것입니다. 표현의 구조 자체가 모순인 거죠.




‘빈정’을 사람들이 많이 써서 사전에 올린다고 해도, 그 뜻을 “놀림”이나 “조롱” 등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 뒤에 ‘상하다’를 붙일 수도 없지요.




결국 ‘빈정 상하다’는 사람들이 많이 써도 우리말법에 크게 어긋나므로 바른 표현으로 삼기 힘든 말입니다.




‘남이 빈정거려’ ‘내 마음이 상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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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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