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5.22
국어사전을 보면 ‘아버님’은 “아버지의 높임말”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아무 때나 ‘아버지’와 ‘아버님’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들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내 아버지에게 쓸 때는 ‘아버지’를 쓰든 ‘아버님’을 쓰든 상관이 없습니다.
더러는 “남의 아버지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만 ‘아버님’을 쓴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버님, 진지 드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예의에 벗어나지 않고, 화법에도 어긋나지 않은 표현입니다.
그러나 ‘아버님’을 써서는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 바로 내 아버지를 남에게 얘기하면서 “우리 아버님은…”이라고 높여 부르는 경우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남에게 자기 가족을 높여 부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오죽하면 자신의 아들을 ‘가돈(家豚)’ ‘돈아(豚兒)’라며 돼지에 비유했겠습니까.
아버지 역시 나에게는 누구보다 귀하고 높으신 분이지만, 남에게 ‘아버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화법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어머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와 관련해 흔히 잘못 쓰는 말에는 ‘선친’도 있습니다. 더러 주변에서 “선친께서는 참 훌륭하셨지. 자네도 아버님의 유지를 잘 받들어야 하네”처럼 남의 돌아가신 아버지께 ‘선친’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봅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절대 ‘선친’을 써서는 안 됩니다. 선친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남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요? 바로 ‘선대인’입니다. 선대인은 다른 말로 ‘선고장’이나 ‘선장’이라고도 합니다. 또 “돌아가신 남의 어머니”는 ‘선대부인’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남의 살아 계신 아버지는 ‘춘부장’이고, 어머니는 ‘자당’입니다. 나의 살아 계신 아버지를 뜻하는 말로는 ‘가친’ ‘엄부’ ‘가대인’ 등이 있고, 어머니는 ‘자친’ ‘가모’ 등으로 부릅니다.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선비’나 ‘망모’라고 부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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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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