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11.10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의 자막에는 분명 ‘텃세’로 나오는데, 정작 스튜디오의 패널에는 ‘텃새’로 적혀 있어서, 순위표가 비칠 때마다 ‘텃새’가 화면에 클로즈업됐지요.
우스갯소리로, 미녀들을 새에 비유하면 ‘철새’는 될지 몰라도 ‘텃새’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사실 우리말은 모음 ‘ㅔ’와 ‘ㅐ’가 헷갈리는 말이 참 많습니다. 이로 인해 잘못 쓰는 말도 그만큼 많습니다.
흔히 잘못 쓰는 ‘체신없다(체신머리없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말이나 행동이 경솔해 위엄이나 신망이 없다”는 뜻으로 ‘체신없다’나 ‘체신머리없다’를 쓰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이 말이 ‘몸 체(體)’에 ‘몸 신(身)’이 더해진 ‘체신(體身:사람의 몸뚱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 그렇게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체신없다’나 ‘체신머리없다’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몸뚱이가 없다’나 ‘몸뚱이머리가 없다’는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체신없다’와 ‘체신머리없다’의 바른말은 ‘채신없다’와 ‘채신머리없다’입니다.
이 말은 ‘처신(處身: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이 세월을 거치면서 변한 말입니다. 즉 ‘채신없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고, ‘채신머리없다’는 그런 ‘채신없다’를 더욱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처신’이 ‘채신’으로 바뀌듯이, 본래는 한자말인데 세월 속에서 마치 순 우리말인 것처럼 글꼴이 바뀐 말이 많습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배추는 ‘백채(白菜)’가 변한 말이고, 배추밭에서 볼 수 있는 지렁이도 ‘지룡(地龍)’이 변한 말입니다. 지룡이면 “땅 속의 용”이니, 생김새와는 조금 동떨어진, 하지만 그 유용성을 따지면, 참 걸맞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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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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