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띄어쓰기 비법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2.23
한 이웃이 ‘못’의 띄어쓰기에 대해 질문을 남겼습니다.
“노래를 못해서 큰일이다”에서 ‘못’을 빼도 말이 성립되므로 ‘못 해서’로 띄어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질문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노래를 못해서 큰일이다”에서의 ‘못해서’는 반드시 붙여 써야 합니다.
우리말에서 ‘못’은 주로 동사 앞에 쓰여 ‘그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냅니다.
술을 못 마신다.
초등학교도 못 마쳤다.
잠을 통 못 잤다.
그는 아무도 못 말린다.
금구에서 전주까지는 40리가 좀 못 된다.
어제는 일을 못 했다.
따위가 그렇게 쓰인 말입니다.
이들 말에서 ‘못’을 빼면
술을 마신다.
초등학교는 마쳤다.
잠을 잘 잤다.
그는 아무나 말린다.
금구에서 전주까지는 40리쯤 된다.
어제는 일을 했다.
등처럼 정반대의 표현이 됩니다. 이런 ‘못’은 부사이므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는 ‘못’ 뒤에 ‘하다’ 동사가 올 때입니다. 동사와 형용사, 그리고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로 두루 쓰이는 ‘못하다’라는 말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의 내용만 잊지 않으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선 보조동사나 보조형용사로 쓰이는 ‘못하다’ 앞에는 반드시 ‘-지’나 ‘-다(가)’가 오게 됩니다.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바빠서 동창회에 가지 못했다.
편안하지 못하다.
아름답지 못하다.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치아.
보다 못해 간섭을 했다.
배가 고프다 못해 이제는 아프기까지 하다.
처럼 말입니다.
또 동사나 형용사로 쓰이는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부족하다)”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 “(‘못해도’ 꼴로 쓰여) 아무리 적게 잡아도” 등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다’의 정반대 개념은 없습니다.
노래를 못한다.
물음에 답을 못한다.
술을 못한다.
음식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
건강이 젊은 시절만 못하다.
잡은 고기가 못해도 열 마리는 되겠지.
아무리 못해도 스무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따위처럼 쓰입니다. 즉 비교의 개념이 큽니다. 위의 예문에서 보이는 ‘못’도 맨 앞에서 예문으로 보여준 것과 달리 ‘하다’의 정반대 개념보다는 무엇과 비교하는 개념이 큽니다.
특히 “노래를 못한다”와 “물음에 답을 못한다”가 가장 사람들을 가장 헷갈리게 하는데요. 여기서 예문으로 들어놓은 ‘노래를 못한다’는 ‘노래를 하지 못한다’가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물음에 답을 못한다’도 ‘(알면서도) 답을 말하지 못한다’가 아니라 ‘답을 잘 알아맞히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못하다’는 붙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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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