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3.19
지난번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가끔 좋은 일 하는 분들을 억울하게 불러줄 때가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한 사람 앞에 떡하니 붙는 장본인이란 표현!
좋은 일을 한 분에게 장본인이라니요?
'장본인'은 못된 일을 저지르거나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게 붙여주는 말이지요.
좋은 의미로 쓸 때는 '주인공'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제 좋은 사람에게는 ‘주인공'이라고 해주고 나쁜 사람에게만 ’장본인'이라고 붙여줍시다~
위의 글은 어느 블로그에서 퍼온 것입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지식검색 등에는 이런 내용이 참 많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우리말 관련 책에도 이런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얘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한 소리입니다.
예전에는 위의 내용이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내놓으면서, ‘장본인’의 뜻이 “나쁜 일을 빚어낸 그 사람”에서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이라는 뜻이 없어진 것이죠.
사람들이 ‘장본인’을 “결혼할 장본인이 그렇게 너무 나서는 게 아니다” 따위처럼 ‘당사자’라는 의미로 널리 쓰고 있음을 반영한 풀이입니다.
제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말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의미가 변하기도 합니다. 세종임금은 ‘어린 백성이 어여뻐서’ 훈민정음을 창제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리고, 예쁘다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세종임금은 어리석은 백성이 가여워 우리 글자 스물여덟 개를 새로 만든 것이지요.
이렇듯 말은 세월을 거치면서 수없이 옷을 갈아입습니다. 이를 모른 채 예전에 알고 있던 것만 믿고 우리말에 대한 거짓 정보를 알려 주는 일은 하루바삐 바로 잡혀야 합니다. 공무원 시험 등을 치른 누군가가 그 문제 하나 때문에 탈락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거짓 정보를 알려 준 사람은 큰 죄를 짓는 일이 되겠지요. 그래서야 쓰겠습니까?
국립국어원은 지금도 “장본인이 나쁜 일을 한 사람을 뜻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러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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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