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4.2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표현입니다.
‘콩깍지’는 “콩을 털어 내고 남은 껍질”입니다. 그것이 눈에 씌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의미보다는 ‘뭔가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뜻이 강합니다.
이런 점에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보다는 ‘눈에 콩 꺼풀이 씌었다’는 표현이 좀 더 격에 어울릴 듯합니다. 콩을 불리면 벗겨지는 ‘콩 꺼풀’은 반투명해, 그것이 눈에 씌면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왜곡돼 보일 것입니다. 실제로도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못지않게 ‘눈에 콩 꺼풀이 씌었다’도 널리 쓰입니다.
그러나 ‘눈에 콩깍지 씌었다’를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표현은 일종의 관용구로, 사람들이 같은 의미로 공유한다면 바른 표현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든 콩 꺼풀이 씌든 상관없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씌다’를 ‘쓰였다’ ‘씌였다’ ‘씌웠다’ 따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의 ‘씌다’는 ‘쓰다’의 피동사와 사동사인 ‘쓰이다’ ‘씌우다’의 준말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자동사입니다. 따라서 어간 ‘씌’ 뒤에 어미들을 붙여야 합니다. ‘씌면’ ‘씌고’ ‘씌어서’ ‘씌었고’ 등처럼요.
‘귀신에 씌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신에 씌웠다’로 쓰면 안 되는 것이죠.
참, ‘콩깍지’는 하나의 말이니까 붙여 쓰지만 ‘콩 꺼풀’은 띄어 써야 한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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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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