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6.8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는 예의를 지키려 한 말이 되레 예의에 어긋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일이 빚어지는 것은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탓입니다.
저 역시 무의식중에 가끔 쓰는 ‘양해의 말씀을 드리다’라는 표현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지만, 사진이 너무 늦은 점 양해 드립니다”라거나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 상호를 정했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허락을 부탁드립니다” 따위의 표현을 자주 쓰실 듯합니다.
하지만 ‘양해를 드리다’ 꼴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말입니다.
양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양해를 드린다’고 하면 말하는 사람이 “너그러이 받아들여서 주겠다”는 괴상한 뜻이 되고 맙니다.
양해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한다.
양해를 바란다.
양해를 얻다.
따위로 써야 합니다.
‘양해’는 ‘이해’와 같은 뜻의 말입니다. ‘이해를 바란다’나 ‘이해를 구한다’는 자연스럽지만 ‘이해를 드린다’는 아주 어색합니다. 그러니 ‘양해를 드린다’도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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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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