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은 경종 배추의 뿌리를 '배추 꼬리' '배추 꼬랭이'라고 부르는데, 무와 고구마의 중간치기같이 생겼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나오는 ‘배추 꼬리’는 논란을 일으키는 말입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어느 책에서 ‘배추 꼬리’는 쓸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책은 “배추나 무 따위의 뿌리 끝 부분”을 일컫는 말은 ‘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꼬랑이’를 찾으면 그렇게 설명돼 있습니다. 특히 ‘배추꼬랑이’가 하나의 표제어로 올라 있기도 합니다(‘무꼬랑이’는 없음).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의 ‘꼬리’를 보면

“동물의 꽁무니나 몸뚱이의 뒤 끝에 붙어서 조금 나와 있는 부분. 짐승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다르다.”(꼬리가 짧다. /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다. / 생선 꼬리를 자르다.)

“사람을 찾거나 쫓아갈 수 있을 만한 흔적.”(아니, 그동안 꼬리 잡히지 않게 몇 가지의 범법 행위를 해치웠는지 누가 아는가.)

“어떤 무리의 끝.”(행렬의 꼬리에 붙어서 행진을 한다.)

등의 뜻풀이 외에

“사물의 한쪽 끝에 길게 내민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면서 ‘비행기 꼬리’ ‘연 꼬리’ ‘혜성의 꼬리’ 등과 함께 ‘배추의 꼬리’를 사용례로 다뤄 놓고 있습니다.

“배추나 무 따위의 뿌리 끝 부분”을 뜻하는 말은 ‘꼬랑이’가 맞지만, 사람들이 ‘배추 꼬리’를 널리 쓰고 있으며, 이를 바른 표기로 볼 수 있다고 국립국어원이 인정한 것이죠.

우리가 쓰는 말에는 이런 유형의 것이 많습니다. ‘억새꽃’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즈음 억새를 보면 윗부분이 새하얗습니다. 그것을 두고 흔히 ‘억새꽃’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꽃’이 아닙니다. ‘씨’입니다. 더욱이 그것을 이르는 말도 따로 있습니다. ‘새품’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사전들은 ‘새품’의 뜻풀이를 “억새의 꽃”이라고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새품’을 ‘억새꽃’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죠.

자, 이상을 정리하면

‘새품’이라는 말이 있지만 뜻풀이에 따라 ‘억새꽃’으로 쓸 수 있듯이, ‘배추꼬랑이’라는 말이 있지만 ‘뿌리’의 뜻풀이에 따라 ‘배추 꼬리’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꼬리’를 낮춰 부르는 말이 ‘꼬랑지’이므로 ‘배추 꼬랑지’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 앞 예문에서 보이는 ‘배추 꼬랭이’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가랑이를 가랭이로, 아지랑이를 아지랭이로, 가자미를 가재미로 부르는 말 습관이 있습니다. ‘이(ㅣ)모음 역행동화’입니다. 뒷소리의 이(ㅣ)모음이 앞말에 영향을 미쳐 이(ㅣ)모음이 겹쳐 나오는 현상이죠.

하지만 한글맞춤법은 원칙적으로 ‘이(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꼬랑이’도 ‘꼬랭이’로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요. 저 앞 예문에는 틀린 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주 쓰는 ‘중간치기’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중간치기다”라고 할 때의 ‘중간치기’는 ‘중간치’ 또는 ‘중치’로 써야 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이  밝히고 있습니다.

참, 배추를 반으로 가르면 가운데에 빛깔이 노릇노릇하고 맛이 고소한 잎들이 있습니다. 혹시 그것을 이르는 말이 뭔지 아세요? 정답은 내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