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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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표준어와 비표준어 사이에서 한창 논란을 일으키는 말이 적잖습니다.




‘내음’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직까지 사전들은 ‘내음’을 ‘냄새’의 사투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냄새’와 ‘내음’을 뚜렷이 구분해 씁니다.




‘냄새’는 ①“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구수한 냄새가 난다, 냄새가 좋다, 냄새를 없앴다 등) ②“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가난뱅이 냄새가 난다, 수상한 냄새가 난다 등) ③“어떤 일에 있어서 낌새를 눈치 채다”(형사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냄새를 맡은 것 같다 등) 등으로 두루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음’은 다릅니다. ‘내음’은 ‘갯내음’ ‘바다내음’ ‘여인의 내음’ ‘봄내음’ ‘고향의 내음’ 등처럼, ‘냄새’의 ①과 ②의 뜻으로 쓰되, 그중에서도 딱히 어떻다고 꼬집어 얘기하기 힘든 ‘추상적인 냄새’에만 씁니다.




특히 ‘내음’을 나쁜 의미로는 절대 쓰지 않지요. “그에게서는 범죄의 내음이 난다”거나 “고약한 내음이 난다”고 쓰지 않는다는 얘기죠.




사실 ‘봄내음’을 ‘봄냄새’로, ‘여인의 내음’을 ‘여인의 냄새’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내음’은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맡는 거거든요.




‘썩는 냄새’를 ‘썩는 내음’으로 쓰기도 곤란하지요. 또 그렇게 쓰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결국 ‘냄새’와 ‘내음’은 같으면서도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낱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사전의 풀이에만 매달려 못 쓰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은 보통 10~20년 주기로 증보됩니다. 지금 널리 쓰여 표준어의 자격을 가진 말이라도, 그 말이 사전에 오르는 데는 10~20년의 세월이 필요한 셈이지요.




따라서 ‘내음’의 경우 비록 몇 년 전에 나온 사전들이 사투리로 다루고 있더라도, 글맛에 따라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만 한국어능력시험 등에서는 두 눈 질끈 감고 가위표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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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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