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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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짙어진 신록이 마음밭을 정갈하게 갈아엎는 요즘입니다. 이때면 신문이나 방송에 유난히 자주 나오는 색깔이 있습니다.

“물방울이 영롱히 맺히듯 맺힌 연록색 새순들 아래로는 맑은 계류가 흐른다” “연록색의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들판에 낮게 숨어 피어 있는 진달래꽃이 정답다” 따위 글에서 보이는 연록색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 천지에 연록색을 띤 나무는 없습니다. 아니, 그런 색은 세상에 없습니다. 왜냐고요? 뻔하지 않습니까. 우리말에는 그런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연록색으로 쓰는 말은 연녹색이 바른말입니다. 연록색연녹색으로 써야 하는 것은 우리말법의 두음법칙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녹색(軟綠色)의 綠은 본음이 ‘록’입니다. 말 그대로 ‘푸를 록’자이지요. 더욱이 ‘록’자 앞에 한자 연(軟)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연록색’으로 쓰는 것이 백 번 옳을 듯합니다.




하지만 ‘연녹색’ “연한 녹색” 뜻하는 말입니다. ‘연록+색’이 아니라 ‘연+녹색’으로 이루어진 말이라는 얘기죠. 따라서 “연한 녹색”의 반대말 격인 “진한 녹색” 역시 ‘진록+색’이 아니라 ‘진+녹색’으로 이뤄진 말이므로, ‘진록색’ 대신 ‘진녹색’으로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푸른빛을 띤 녹색”은 ‘청록색’이나 ‘청녹색’ 중 어느 것을 써야 할까요? 이때는 ‘청록’ 그 자체가 하나의 빛깔이고, 그 뒤에 ‘색’이 더해진 말로 보아 ‘청록색’으로 씁니다.




아참, ‘연록색’은 바른말이 아니지만, ‘색’자를 떼어내고 쓸 때는 ‘연녹’이 아니라 ‘연록’이 됩니다. “수양버들은 연록을 베풀어 가지마다 늘어지고 햇빛은 대지에 김을 뿜어 내렸다” 따위처럼 말입니다. 이때는 ‘연록’을 ‘청록’처럼 하나의 빛깔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나라 국어사전은 ‘연록’과 ‘연녹색’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는데, 이상하게도 ‘진녹색’에 대해서는 ‘진록’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전에 올려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말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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