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오전 출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미숙의 가정음악(93.1)을 듣게 되곤 한다. 채 20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듣게 되는 방송인데 하루는 브론테 자매의 일화와 그 중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의 짧은 생애에 대한 언급과 함께 그녀의 유명한(유일하기도 한) 소설 <폭풍의 언덕> 일부가 소개되었다. 김미숙씨 목소리도 그렇고 역시 배우인 건지 그녀가 읽어주는 소설의 매력에 깊숙히 흡입된 나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란 캐릭터에 대해 극강의 호기심이 일었고 그 날 바로 책을 샀다.
미리보기를 통해 여러 출판사의 번역을 훑으며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소녀시절에 미처 이 소설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 한 번 씩 청소년기에 읽었던 고전명작들이 생각나 다시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늘 따라 붙는 조건이 있다면 그 옛날 그 소설에서 받았던 감흥을 최대한 깨트리지 않을 번역본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읽은 이력이 없으니 책을 고르는 기준 하나가 사라진 셈이어서 구매에 더욱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차저차해서 장바구니에 담긴 것은 <책읽는수요일>이라는 출판사(KPI출판그룹의 임프린트라고 책표지 끄트머리에 안내되어 있다.)의 번역본이다.
함께 구매한 <오만과 편견>이나 <위대한개츠비>역시 소녀시절 읽은 적 없는 작품들이긴 매한가지이긴 하나 <오만과 편견>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로 무척 재밌게 본 적이 있어 최대한 그 영화에 쓰였던 자막과 비슷한 느낌으로 번역된 것을 고른다고 한 것이 공교롭게도 또 <책읽는수요일>의 번역본이었다.
리뷰를 쓰기로 하고 받아두고 바빠서 읽지 못한 책이 두 권이나 있지만 <폭풍의 언덕>에 대한 궁금증이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바람에 받자마자 신나게 읽기 시작했는데 리뷰약속을 저버린 데 대한 벌인지 파본이 왔다.
단순히 인쇄품질 문제라든가 찌그러짐 같은 게 아니고 전체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개부가 싹뚝 잘려나갔다.
김미숙씨가 라디오에서 읽어준 그 대목이 아마도 그 부분에 나오는 게 틀림없다.
이 책을 살 때도 yes24에 바로 재고가 없어서 배송까지 3일이 걸렸는데 교환 역시 3일이 걸린단다.
읽는 걸 멈추고 기다리기엔 너무나 긴 시간...
그냥 다른 책이라도 읽어볼까 했지만 도무지 다른 책은 눈으로 글자만 좇을 뿐,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막장같은 사랑의 결말이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당최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오질 않아 잘린 부분을 건너 뛰고 다시 읽고 있다. 중반이 넘어가며 생긴 문제는 등장인물들이 뱉어내는 대사들이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기만 하거나 극단적이란 느낌이 왕왕 들어서 주요 대목을 거르고 읽은 탓인가 싶기도 하지만 다른 번역으로 읽으면 또 다르려나? 하는 호기심이 인다는 거다.
오늘 낮에 교환품이 발송됐다는 카톡알림이 온 걸로 보아 월요일에 충분히 올 것 같은데 ebook으로 전환하고 다른 출판사 책을 살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며칠기다려서받았는데파본이라니
#하필잘린구간이내가제일궁금해했던대목이라니
#폭풍의언덕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