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돌고래가 사는 아마존에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은 PD가 있다. 어릴 적 신내림을 받아 집에서 쫓겨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그에게 자신의 천기를 닮은 곳인 아마존을 찾아내게 했다. 그러나, 예산을 비롯한 몇몇 이유로 아마존행은 미뤄지고 미뤄지기만 하고 선배의 명령 같은 부탁으로 '작가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편 맡게 된다. 그리고 그날,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중환자실의 연락을 받게 된다. 

  남들이 안 보이는 것이 보이고 안 들리는 것이 들리던 엄마는, 신내림을 받아 사람들을 위로하는 굿을 해주던 엄마는 집에서 쫓겨났고, 그동안 벽돌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엄마가 떠난 뒤 무기력하게 보내던 아버지는 아들이 싫어하는 정화조 청소원이 되었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 화장실 청소를 하는 아이처럼 자신도 벌을 받고 있다고 여기라면서 그렇게 평생을 정화조 청소원으로 살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엄마가 없는 집이, 정화조 청소원으로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는 집이 싫어서 오래전부터 집을 나와 혼자 살아왔다. 간혹 집에 들른 적이 있긴 했지만 혹시나 어린 자신을 속이며 떠나보낸 엄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십여 년을 떨어져 지내고 잊고 살았는데 중환자실에서 심장암에 걸린 아버지를 뵙게 된다. 

  면회를 마치고 부탁받은 '작가 동행'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당신의 자서전"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작가를 만난다. "죽은 사람들의 전시회-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기획 의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전시회를 둘러본다. 생과 졸을 알리는 날짜가 없다면 죽음을 떠올릴 수 없는 사진들. 죽음의 주인공을 찾아내기 힘든 가족사진들이 그에게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전시회장을 나오면서 그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수첩을 뒤적여 엄마가 계실 듯한 소재지를 알아내지만, 엄마는 이미 2년 전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아버지 생전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 긴 호스를 부여잡고 벽돌에 물을 뿌리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을 들고 전시장으로 다시 향한다. 

  황경란 작가의 "당신의 자서전"은 사람들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에 비해 다소 평이한 편이었다. 그렇게 느낀 탓인지 리뷰를 쓰다 보니 결국 줄거리 요약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이 글을 읽으며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자취를 전시회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그리고 전시회의 사진들이 죽음을 떠올릴 수 없는 사진들이라는 점이 좋았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남겨진 자들의 기억이 행복한 순간에 멈춰져 있을 듯해서 말이다. 이 글의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PD가 선택한 사진도 그렇고……. 

  문득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하는 궁금증도 살짝 스친다. 길어지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시간들. 그래도 평범한 우리들 삶의 행복한 자취를 남길 수 있도록 마음을 챙겨봐야겠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