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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에는 메이저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한 무엇인가가 담겨져 있다. 혹자는 그것을 '사람 냄새'라고도 하고 다른 이는 '영화에 대한 열정' 혹은 '영화를 향한 진심'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상업영화가 자본논리에 의해 휘둘릴때 독립영화는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처음부터 흥행보다는 관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로는 웬만한 상업영화 못지않게 흥행 성공신화를 써나갔던 '워낭소리'가 그랬고 밑바닥 인생의 지독한 삶을 그렸던 '똥파리'가 그랬다. 메이저 영화가 겉멋에 취해 흥청거릴때 독립영화는 기꺼이 알몸을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2009 한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독립영화 '감자심포니' 또한 다르지 않다.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강원도 특유의 정다운 사투리가 진하게 베어있는 작품으로 감자처럼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베어있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막과 막 사이를 교향곡처럼 악장으로 표현해 놓은 점은 감자답지 않게 세련되게 처리해놓았다. 갈등이 시작되는 2악장의 경우 안단테와 라르고 사이의 느린 속도로 연주하도록 지시하는 '아다지오'라는 음악기호가 붙어 있고 사나이들의 의리를 확인하게 되는 3악장에는 베토벤이 만들어낸 형식인 '스케르쪼'가 붙어있는 형식이다. 그야말로 투박한 감자들이 모여 하나의 교향곡을 완성해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감자심포니'를 말하면서 '투박함'을 강조하는 것은 이 영화의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특히 연출과 각복, 주연 절벽을 맡은 전용택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의 첫 감독데뷔작이자 첫 각본작품이고 첫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비록 국내 굴지의 광고기획사에서 장래가 총망받던 광고연출가였고 예술의 도시 파리로 건너가 파리8대학에서 영화공부를 하며 영화감독의 길을 준비해왔다지만 일반 관객들이 볼 때는 투박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뿐만아니라 절벽의 고교동창이자 학창시절 짱이었던 백이 역의 이규회, 이노끼 역의 김병춘 그리고 네이버 영화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절벽이 삼총사 중의 한명인 혁이 등 모두가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이는 기성영화와 달리 신선하다고 생각해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투박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강원도 산골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감자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투박한 감자에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상품가치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유오성의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유오성은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친구'에서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눈빛 하나로 관객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도록 만드는 혼신의 연기를 선보였고 그런 유오성만이 발할 수 있는 특유의 감정이 무명 배우들과 어울리면서 또 하나의 교향곡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사실 독립영화에서 기성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유오성은 전용택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는 유오성 이름 앞에 '완전우정출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을 정도다.


 


 




 


 


영화 '감자심포니'를 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엇갈릴 수 있다. 하나는 '친구'의 강원도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시각과 다른 하나는 '철없는 사나이(?)들의 의리에 대한 보고서' 정도가 될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 영화는 전용택 감독이 2001년에 쓴 시나리오로 2006년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HD영화제작지원작품 시나리오 심사에 통과해 5억을 지원받아 만든 독립영화이기는 해도 영화의 근간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폭력조직과 그에 대항하는 의리의 사나이들인 탓에 영화 '친구'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더구나 유오성이 주연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비슷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직 '돈이 성공의 잣대'라는 시각에 대해 하이킥을 날리는 영화다. 자신을 퇴학시킨 고등학교에 거금의 후원금을 낼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진한(유오성). 그러나 진한은 성공한 사업가라기 보다는 성공한듯이 보이는 건달에 불과했다. 돈이 성공의 잣대인 시각으로 본다면 진한은 분명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리를 더 중요시하는 절벽의 눈에는 그저 한심한 건달일 뿐이었다. 절벽이 무모할 정도로 지난날들에 대해 집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날 백이와 함께 진한 무리들을 깨부셨다면 이러한 부조리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여기에 '감자심포니'가 주는 화두는 또 있다. 남자로 태어나서 사나이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그것이다. 진이의 말을 들은 백이의 번뇌도 같은 것이었다. "남자에는 두 종류가 있어. 날개 한 번 달아보려 목숨 걸고 위로 올라가는 놈들. 평생토록 바닥만 기다 죽는 벌레들. 벌레들은 꿈틀거리기만 해도 지가 엄청 치열하게 사는 줄 알지. 평생 기어다니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면서 ..."


 


서른 아홉, 삶의 턱주가리에 선빵을 날렸던 영화 '감자심포니'는 그래서 투박하면서도 묘하게 화음을 내는 영화다.


 


감자심포니(Potato Sympony, 2009)
코미디, 액션, 드라마 | 한국 | 107 분 | 개봉 2009.12.10 | 감독 : 전용택
전용택(절벽), 유오성(진한), 이규회(백이), 장예원(진이), 김병춘(이노끼), 김성오(짱구), 손병호(불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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