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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글쓴이
강원택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9.4 (69)
빅토리아

서울대 정치 강의를 책으로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광화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박산성을 지켜보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행렬도 회사서 나가 쳐다보며 2000년대 일부를 광장의 중심에서 보낼 수 있었던 나는 부끄럽게도 여전히 정치란 TV 속에서 고성과 막말로 대표되는 꼰대 아저씨들의 싸움 뿐이라고 생각하며 꽤 오랜 시간 무관심했다.

 

그러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라이브로 지켜보면서 정치는 TV 속 일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내 가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그래서 모두가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일이란 걸 뒤늦게 조금씩 깨달아갔다.

 

여전히 무지 속에서 헤매던 내게 인스타그램의 한 책 리뷰가 눈에 띄었다. “한국 현대 정치사의 백미, 소설보다 재미있는 현대 정치사의 세밀하고 날카로운 분석, 정치학 전공자로서 이렇게 재미있는 정치과학서는 처음이다.” 망설일 것 없이 소개된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책을 주문 했고, 읽는 내내 무지의 그림자가 아주 조금 옅어지는 경험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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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서가명강’ 8번째 책이다. ‘서가명강’은 21세기북스에서 출판하는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중 하나로, 이번 책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가 저자다. 윤성철 교수가 쓴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로 먼저 만나봤었는데 두 책 모두 깊이가 있으면서도 입문서로 손색 없이 총론도 충실하다. 이런 꽉찬 정치 강의를 집에서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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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크게 4부로 나뉜다. 각 필러마다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를 키워드로 한국의 현대 정치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기술하며, 향후 대안과 방향 제시로 마무리 된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이 제시하는 정치 강의의 첫번째 키워드는 ‘대통령’이다. ‘1부 - 대통령, 한국 정치의 드라마틱한 주인공’에서는 ‘한국식 대통령제’가 자리잡기까지의 정치사를 살펴보고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단점을 기술한다. 특히 한국은 대통령의 권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져왔으며, 비대한 비서실은 제도적으로 주어진 기구가 아닌 사적인 조직에 통치를 의존하게 되어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한국의 대통령제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고려와 과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특징도 미국형의 순수 대통령제라기보다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된 것이었다. (P 43)"

 

2부 - 선거, 격변을 예고하는 중요한 시그널’은 한국 정치사를 이끌어온 ‘선거’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조작된 선거 결과는 독재를 위해 이용되었지만, 한편 그로 인해 민심을 자극하여 정권을 심판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저자는 향후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비율 역시 점차 늘려나가 더 많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제안한다.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곧 다가올 큰 정치적 변혁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동해왔다. (P 129)"

 

"정치가 줄 수 있는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의 유지다. 갈등과 다툼을 제도화 해 사회를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정치의 공간인 국회는 본질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장소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 가치관의 충돌을 정치적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회는 갈등과 대립, 충돌로 가득찬 세상이 될 것이다. (P 110)"

 

서가명강 정치 강의 ‘3부 ? 정당, 정치의 역사를 쓰다’는 '정당'의 역할과 한국의 정당 정치의 역사 및 계보를 살펴본다. 좋은 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당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정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 환경 조성을 통해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도태되는, 그래서 정당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야당적 구도에서 다당적 구도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정당법은 위로부터의 통치에 보다 주목한다. 그러나 정당의 기능은 그 수준을 넘어 시민을 교육하고 미래 지도자를 육성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법에도 명기하고 있는 정당이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비결은 이처럼 정당 주도의 정치 교육과 활동에 있다. (P 203)’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변화를 보면 처음에는 지역주의 균열에 기초해 있다가, 2002년 이후 여기에 이념 대립을 얹고, 여기에 다시 세대 갈등을 얹은 뒤 지금은 계층 갈등까지 얹으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두 거대 정당은 갈등을 축적해가면서 이를 양극화하는데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P 243)"

 

저자는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의 마지막으로 ‘민주화’와 ‘촛불’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4부 ? 민주화, 일상에서 ‘촛불’을 만나다’에서는 우리나라의 ‘민주화’ 지수와 성숙도를 살펴보고, ‘촛불’의 의미를 되새긴다. ‘촛불’의 힘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꼬집는다.

 

강원택 저자는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한 그의 정치 강의 말미에 “국가에 모든 것을 의존해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 개인이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기여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특권이나 예외 없이 우리 모두는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에 책임이 있다. (P 317)”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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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정치 강의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손에 받아든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아쉽게도 아직 1쇄로 찍혀 있다.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정치 입문서로 제격이라 한국 정치사가 궁금한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단연 추천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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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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