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체실비치에서
- 작성일
- 2021.10.24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글쓴이
- 문진영 외 6명
문학동네
오랜 회사생활 기간동안 서점과 멀어져왔었고, 문학과도 거리가 생긴 이유에서일까.
김승옥문학상이라는 것도 내게는 좀 생소했고, 사실 처음이었다.
그리고 문학동네에서 이미 매년 초에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출판하고 있었기에, 김승옥문학상은 어떤 부분에서 다를까 하는 궁금증 또한 생겼었다.
솔직히 김승옥 작가님의 작품 자체를 하나도 읽은 적이 없는 짧은 내공으로 인해, 혹시나 그 분의 작품의 연장선상에서 수상작들을 선별하는 것인가는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책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김승옥문학상의 취지와 심사평을 통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기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김승옥 작가님은 이미 유명한 분이기 때문에(나만 잘 모르는...) 생략하더라도, 심사 기준은 젊은작가상과는 다르며,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일곱 편의 느낌이 '젊은작가상 수상집'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십 년 이상의 작가들이 발표한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경우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발표된 작품 중 등단 십 년이상 작가의 작품에 이름을 지우고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했다. 총 184편의 단편소설이 심사 대상이었으며, 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 14편 중 최종 7편을 가려냈다고 한다. 그러니 대상 수상작인 문진영 작가님의 '두 개의 방'은 184분의 1인 셈이다.
그리고 이번 심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특히 치열했다고 한다. 만장일치가 원래 어렵지만, 세 차례에 걸친 투표에서도 결론을 쉽게 못냈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일곱 편의 단편소설 모두 저마다의 색깔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독자인 나도 단 하나의 작품을 선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도 함께 받는다. 그러므로 어느 한 작품이 압도적으로 내 기억을 사로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작품들이 뽐내는 색깔이 좋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색은 있듯이...마음 속에 한 개의 작품을 내 이름으로 대상작에 살짝 올려보기는 한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그러하듯이,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역시 하나의 단편이 끝나면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리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해설을 해주고 있다. 이 구성은 정말 마음에 든다. 내가 읽어가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이 작가와 어떻게 이어지고 떨어져 있는지를 볼 수 있으며, 심사자들의 작품선정 배경과 해석들을 통해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심사위원들의 시각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감탄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것은 마치 작가와 심사위원이 참여한 독서모임을 책을 통해서 대신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 중 대상은 문진영 작가님의 '두 개의 방'이라는 단편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소설이 왜 대상일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소설 속 장소와 시간과 인물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밀려들어와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두 인물이 풀어놓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현재와 과거는 이어지고 부서져가는 장면들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이 외의 작품들 중에서도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 완전한 사과,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미스터 심플,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이 나머지 작품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로 등단 이후 십 년 이상의 필력 을 가진 작가분들의 내공이 느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나머지 작품들의 감상을 남겨본다면...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에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에 등장하는 삼촌이라는 인물의 입장을, 완전한 사과에서는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와는 또다른 해석을,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을, 미스터 심플에서는 쓸쓸함을,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는 현실과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들이 남고 질문도 생기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서 작품들이 뿜어내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내게는 매력적이었고 많은 생각도 던져주었던 작품들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 책을 완독한 과정은 즐거운 경험이었고, 시간이 나면 다시 일부 작품들은 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마지막으로 내게는 짧은 문학소양으로 인해 이번에 수상하신 분들의 작품들을 이전에 만나본 적이 없지만, 이번 수상작을 계기로 작가님들의 다양한 단편·장편 소설들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