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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글쓴이
이나모리 가즈오 저
다산북스
평균
별점8.3 (298)
SOFIA
책을 읽는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자꾸 붉어졌다. 아마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세라믹을 만드는 소성로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에 감화되어서 그런 것도 있었을 것이고, 나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고 싶고 일에 푹 빠져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고 아무런 시도도 충분한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나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을 것이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다니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미친듯이 몰두해보라' 는 구절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무의식적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회사 일은 몰두하거나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의 열정은 여전히 잿더미 속에 묻힌 숯불처럼 아직 내 마음 어딘가에 잠들어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이제는 신께 빌며 천명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자신할 만큼 당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는가?' 나에게 던져진 이 질문이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고 외면했던 말이라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어린 시절 시험공부하듯 반복해서 읽었던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 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상이 됐다. 그 책에 나오는 방법들을 실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90년간의 인생을 통해 간증한 사람의 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나모리 회장이 전하는 성공의 비법은 사실 읽어 보면 다들 아는 이야기들이다. [원대한 꿈을 꾸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남보다 더 자주 움직여야 한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해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진정으로 원하고 전념을 다해 노력할 때 꿈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너무 오랜만에 기본적인 내용을 마주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요즘은 이렇게 클래식한 교훈을 담은 책이 예전에 비해 많지 않다. 최선을 다해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공 비결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수십번 수백번 이야기한 터라 더 이상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상 보면 마치 방송에 나와 서슴없이 비결을 알려줘서 봤더니 양념장 준비만 3일을 하는 맛집 장인을 보는 것 같은 거리감도 들고, 실천하기도 쉽지 않은 방법들뿐이라 귀가 번쩍 트이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체감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층의 고착화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워킹 라이프 밸런스, 일하지 않고 돈 버는 법 같은 것들이 중요해지고, 건물주를 조물주라고 부르는 풍조가 여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나모리 회장이 그저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말이야...' 하면서 본인 자랑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아흔 살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 고 조언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이나모리 회장의 이야기에는 후끈한 열기가 어려 있다. 그의 지난 모든 삶의 여정이 활활 타오르는 열정 그 자체여서, 글만 읽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그가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다 느껴질 정도였다. 어떤 사람이 하더라도 힘들다고 그만두고도 남았을 법한, 어렵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이나모리 회장은 미친듯이 몰두해서 최초로 파인세라믹 개발에 성공했다. 값진 성공의 기쁨을 맛본 20대의 그 어느날 이후부터 그는 그 어떤 상황이 와도 그 전의 부정적이고 쉽게 부서지는 마인드로 돌아가지 않고 끊임없는 긍정을 연료삼아 열정을 불태웠다. 책을 읽는 내내 그 한결같은 열정에 압도되어 있었다. 그렇게 계속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울 지경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의 또다른 본받을 점은 뜨거운 한편 감각과 감정이 살아있는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거기서 뭔가를 느끼고 깨닫고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어이없어하던 마쓰시타 회장의 혼잣말에도 혼자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넘어질 뻔했던 바닥에 묻은 파라핀왁스에서 불순물없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얻고, 집 근처 돌 틈 사이에서 피어난 풀꽃을 보고도 모든 자연은 살아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사람.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한 실험에서 아주 작은 성공이라도 거두면 뛸 듯이 기뻐하는 사람. 어쩌면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감동을 받고 울림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작은 디딤돌 하나하나가 모여 이 사람이 그런 고생을 하고도 단단함을 유지하며 전력질주로 마라톤을 할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모든 감각과 열정이 깨어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떻게 보면 '꼰대' 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존경스러운 꼰대라면 기꺼이 뒤따르고 싶다.
이나모리 회장이 온몸을 던져 가장 단순하고 가장 뜨거운 말들로 나의 머리를 일깨워 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스스로 나의 마음의 화로에 불을 붙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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