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리뷰 :D

OffTheRecord
- 작성일
- 2018.12.11
열두 발자국
- 글쓴이
- 정재승 저
어크로스
구글의 창의적인 채용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흥미롭게 서문을 연다. 오일러의 수를 구하는 수학문제를 광고판으로 내걸어서, 그 문제에 호기심을 느끼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해결하고, 직접 유도하는 사이트로 접속하는 실행력까지, 창의성이 필요한 IT기업다운 채용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에 대해 이런 예시를 들며 서문부터 시선을 끄는 '열두 발자국'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일까, 저자 정재승박사는 뇌과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이력이 이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사뭇 궁금해졌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과학적인 근거와 철학적 사고를 통합하는 어려울듯 하면서도 매력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오일러의 수로 인재를 모은 구글의 채용방식처럼, 이러한 주제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각각의 제목과 소제목을 보면 뇌과학을 통해 과거와 현재로부터 삶의 성찰을 얻고, 거기에서 그치는게 아닌 미래의 기회까지 발견하고자 한다. 책 한권으로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통찰할수 있을 기회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수 없다.
1부│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
-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2부│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
-뇌과학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하다
열두 발자국 중 첫번째 발자국은 선택과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공감한다면 의사결정에 대한, 특히 결정장애에 대한 책속의 사례들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내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간은 대개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원시사회때의 뇌를 가지고 생존과 짝짓기에 필요한 정도로만 진화해왔으므로 복잡한 현대사회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로 설명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차피 인간의 뇌는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을 할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설명했다 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수와 후회를 적게 하는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는데는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듯 하다. 그런면에서 저자가 말하는 좋은 의사 결정에 대한 조언은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올 한해도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후회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2019년 새해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계획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나태하고 발전없었던 내 삶을 리셋, 또는 새로고침 하고 싶은 의지를 저자는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하지만 다행인지(?) 우리의 뇌는 원래 그렇게 디자인 되어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약간의 안심을 하게 된다. 사람의 뇌란 처음일수록 '목표지향적'으로 뇌영역이 활발히 움직이는데, 그것도 두번, 세번 반복하다 보면 최소의 노력으로 결과를 얻고 싶은 '습관시스템'이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고침은 습관을 바꿔야 하므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하는 우리는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습관은 안전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지만 새로고침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얻음으로써 뜻밖의 재미와 유쾌함, 설렘을 느끼는 것 또한 즐거운 일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2018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4차 산업혁명, 가상화폐, 블록체인
2018년의 대한민국은 유독 가상화폐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시기였다. 현재의 대한민국에는 소득불균형, 기회불평등이 만연하다. 이러한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청년세대에게 가상화폐는 헬조선을 탈출하는 출구였던 셈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관통하는 현재, 특히 그 중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되는데는 20-30년은 걸린다고 한다. 당장 내일 닥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먼 미래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책을 읽고 난 지금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전망에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1900년대 닷컴버블로 한차례 위기를 겪고 거품을 걷어낸후 내실을 다지며 눈부신 성장을 해온 IT기술처럼 혁신이 될지, 한낱 투기의 꿈으로 사라져버릴 가상화폐로 그치게 될지 그 추이가 궁금해진다.
과학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와 한층 발달된 문명뿐 아니라 소소하지만 매일 하는 우리의 행동이 '뇌'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발견하게 된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또한 창의성에 대한 설명 중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분야끼리의 만남이 창의성을 낳는다고 한 점은 창의성의 본질에 한층 다가간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런면에서 저자는 다양한 방면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길 즐기며, 예술이나 야구모임 같은 과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야와 프로젝트를 통해 융합하기를 좋아하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처럼 저자 스스로 강의 내용과 동일시 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덕분인지, 이 책 한권의 내용이 객관적 지식을 전달하는 하나의 과학인문학 서적인듯도 하고, 친근한 멘토가 들려주는 조언이 가득 담긴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며, 행동심리학과 관련해 재밌게 쓰인 한권의 책을 읽은 기분이 든다. 나로써는 업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이제 와서 굳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통해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다양한 책을 읽고, 만나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를 기꺼이 누려보고 싶다. 이런 시도들이 작가의 표현대로 '삶의 진폭'을 늘리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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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