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책

veronica08
- 작성일
- 2022.7.11
뛰는 사람
- 글쓴이
- 베른트 하인리히 저
윌북(willbook)
이 책은 어디까지나 나이 듦에 관한 책이므로 달리기에 대한 조언이나 권고는 하지 않는다. 노년이 되면 선택지는 줄어들고, 선택할 순간이 자주 오지도 않으며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도 얼마 없다. (중략) 인생이란 하나의 여정이며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너무 앞서서 일일이 계획하다 보면 오히려 막다른 길에 도달하거나 좌절하기 쉽다는 사실을 배웠다. 돌이켜 보면 처참하기 그지 없던 상황이 예상치 못한 절호의 기회로 마법처럼 연결되기도 했다. (중략) 살다보면 포기해야 할 것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도 있다. 그게 무엇이며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 p.18
기나긴 코로나로 실내 운동의 큰 제약을 받았던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올해 초에 무작정 "걷기"에 빠졌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지인과의 약속장소까지 5km 내외면 걸어보고, 약속이 없는 날엔 새벽에 아이들 깨기 전에 나가보자며 "걷고 달리기"(아직 나의 달리기는 고작 1-2분?) 를 생활화 하다 보니, 걷기+달리기 어플도 깔고, 어플 연결 신발도 구매하고, 하다하다 책도 찾아보며 <걷기예찬>과 <뛰는 사람>까지 이르렀다.
(왼쪽 페이지는 달리기를, 오른쪽 페이지는 곤충연구 ^^)
현재 나이 82세의 베른트 하인리히는 이 책엔 3가지를 담았다. 뛰기. 생물과 자연. 그리고 그걸 사랑하는 베른트 ! 표지 앞부분부터 감탄사 연발하며 읽은 것이
100마일을 12시간 27분 2초에 달려 US오픈 100마일 신기록을 세웠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뛴 결과 252.2킬로미터라는 US 오픈 24시간 달리기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다.
달리기에 대한 조언이나 권고는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초등학생때부터 1km 숲길로 등하교 하고, 학창시절에 이어 80 생일이 지나기까지 아픈 기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크로스컨트리, 단거리, 장거리 등에 도전하며, 달리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읽다보면 달리기를 추천하는 것 이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기간 동안 걸으러 나갔다가 괜히 숨차오를 때까지 계속 뛰어보기도 하는?
중요한 것은 다른 주자들을 이기는 것뿐이었기에 더 이상 계속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응급치료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저 그만 뛰고 싶다는 충동뿐이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끝까지 못갈 것 같아"라고 말했다. 진료소 직원이 무심하게 말했다. "포기하면 번호표를 떼셔야 해요." 그렇게 간단하게? 번호를 떼면 앉을 수 있다고?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알겠습니다." 나는 남은 전부를 바칠 때까지 멈추지 않기로 했다.
평생을 달리기 신기록에 목표를 두고 도전하면서도 그의 매일매일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동식물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다. 책 초반부터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보기도 하는 동식물들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어 책 제목이 잘 못 표기된 줄 알았을 정도로, 달리기 못지 않는 관심을 자연 속 생물들에 두었는데, 그의 직업은 생물학자다.
전문적인 쥐, 박쥐, 새, 곤충 사냥꾼인 부모님이, 아프리카에서 새를 수집하는 장기 원정을 제안받고 가버리는 바람에 베른트는 여동생과 집 없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6년간 보내지고, 그동안 부모님과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생활한다. (오우..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모님의 선택이자 아이들의 처지) 함정에 뒤쥐가 잡혔는지 보러갈 때 항상 아들을 데려가던 아버지,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숲에서 지내며 벌집, 개미집에 대한 관찰을 시작으로 이 책에는 ... 노랑배즙빨기딱따구리 도롱뇽 도마범 뒤영벌 나방 느린애벌레vs빠른애벌래 검정파리 구멍벌 굴뚝새 등등 수많은 생물에 대한 얘기도 흥미롭게 담았다. 베른트는 매번 자연에 대한 관찰과 자신의 달리기에 대해 메모장에 기록했고 시험했다. 생물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삶, 노화를 빗대어 얘기하는 부분들은 여러 차례 곱씹어 읽어보게 되었다.
내부의 미세한 손상은 외과적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하고 자체적인 치유능력으로만 재생시킬 수 있다. 늙는다는 건 세포 차원에서 상처가 쌓여 우리가 노화라고 일컫는 신체 저하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성체는 종마다 사전에 결정된 시간까지 아주 천천히 죽어간다. 날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부분의 곤충 성체는 며칠 밖에 살지 못한다. (중략) 당신의 심박수는 정해져 있으니 아껴 사용해 오래 사시기를.
헉!
나는 2020년 5월 10일에 6.5킬로미터 달리기를 하는 동안 꽃같이 아름다웠던 시절이 전부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달려왔다. 이제는 가까이 갈 수 없기에 더없이 훌륭해보이는 시간들이다. 과거는 지나갔다. 그러나 언제나 매일의 새로운 기회가 과거 위에 세워진다. P.218
그는 마흔셋에 252.2킬로미터를 달려 24시간 달리기 신기록을 세우고 마흔다섯에 7시간 12초로 100킬로미터 US 오픈 전 연령 대상 신기록을 세웠다.
80년간의 그의 달리기와 생물에 대한 열정을 읽고 있자니, 한 인간의 인생이 많은 걸 하기엔 짧게도, 그러나 목표를 두고 열정을 다하기엔 충분하다고도 느껴진다.
"젊음은 장미보다 빨리 시들므로" It withers quicker than the rose.
- 시 To an Athelete Dying Young -
<뛰는 사람> p. 41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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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