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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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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에코기술 교과서
글쓴이
다카네 히데유키 저
보누스
평균
별점9.1 (23)
김진철

몇 달 전 다카네 히데유키 저자가 쓰신 <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야말로 미래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시민 건강과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도입할 유망 분야임이 틀림 없습니다. 인간은 또한 한정된 신체 능력 때문에 자동차를 "모빌리티 보강 수단"으로 고를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 두 변수를 결합하면, 자동차 에코 기술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에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진로를 개척해야 하는 개인에게나 모두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 책의 후편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전편(?)과 달리 자동차 컨셉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고(전작에서 충분히 다뤘으므로), 순전히 첨단 기술(물론 환경 친화적 범주에 속하는 것들)에만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차에 관심깨나 기울이시는 많은 애호가분들도 기술의 각론으로 논의가 옮겨가면 많은 대목에서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동차공학이 커버하는 범위와 응용 기술이 얼마나 다양하며 깊이를 갖습니까. 현기차 그룹 등에 근무하는 전문 엔지니어들이 다루는 분야를 다 알면 일반인과 전문가가 차이가 안 나겠지요. 아무튼 이 책도, 이론과 실제를 두루 통달한 진짜 도사님의 솜씨라서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되고, 이런 현상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하는구나 같은 각성의 소재도 많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저자님의 다른 저서들도 그렇지만 보누스의 모든 책들이 독자 눈높이에 맞춘 깔끔하고 화려한 편집으로 유명하죠. 이 책 역시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준 친절한 서술 방식도 고맙지만, 무엇보다 유익하고 (텍스트 내용에 적실한) 도판, 도해, 사진, 일러스트가 풍불해서 책을 넘기는 내내 그림책 구경하듯 눈이 즐거운 독서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기술 분야 서적은 대중서든 전문서적이든 도판의 보조가 없으면 내실 있는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도 되었고요.

지난 서평에서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지금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로 가장 앞서가는 공업국 중 하나가 중국인데, 시범 주행 과정에서 자동차 주행 특유의 소음이 전혀 나지 않아 오히려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적 있습니다.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때 아무리 보행자의 통행이 권리로 보장된 상황에서도 주위를 잘 살피게 되고, 시야가 커버 안 되는 곳은 청각의 도움을 입어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이미 우리 몸에 밴 습관입니다. 헌데 갑자기 소음이 없어지면 도로변 거주자나 업무자, 학생 들은 조용해져서 좋겠지만 일단 보행자 안전 이슈도 다시 거론되는 게 자연스럽죠.

저자는 전작에서도 같은 원리를 강조했습니다만, 소음의 발생이란 기관이 웒활히 작동하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물리학의 기초 원리 중 하나가 에너지의 변환(와중에서도 총량이 보존된다는 원리)인데, 소리 역시 에너지 변환의 한 형태이므로 소음이 시끄러이 난다는 건 연료를 소모하여 발생시킨 에너지가 제 채널로 가질 않고 중도 손실이 그만큼 빚어진다는 뜻이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휘발유가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구동력으로 만들기 때문에(p36)" 소음이 적어진다는 설명 역시 전작과 이어지며, 연비 절감이란 목적부터가 친환경 그랜드 컨셉의 일환입니다. 다만 토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최상의 옵션으로 디자인되지는 않았으므로(뭐 당연하죠), 발생하는 주행음은 별개의 방음, 흡음 장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희토류 때문에 중-일 사이에 큰 외교 통상 분쟁이 빚어지고 일본의 굴욕적인 패배로 마무리된 일이 있었죠. 특히나 하이브리드 차에 장착되는 엔진은 고성능 자석을 채용하므로 이 과정에서 반드시 희토류가 원료로 쓰여야 합니다. 희토류가 안 들어가는 현대 공업 픙프로세스가 거의 없음을 실감하는 대목인데, 그런 외교적 충돌이 빚어진 후에는 특히 일본 업계에서 희토류가 불필요한 모터 개발 연구에 따로 착수하여 현재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에 쓰이는 모터는 자력의 원리를 최대한 채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엔진 구동 방식과 달리 기관과 부품 사이에 빚어지는 충돌, 마모가 최대한 회피되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됩니다. 가솔린 엔진은 효율이 좋은 회전수 영역이 따로 있지만(이 점은 자동차 특히 신경써서 관리하시는 애호가들이 반드시 염두에 뒀었죠), 하이브리드의 모터는 그렇지 않아서 어지간해선 토크가 일관되다는 게 큰 장점 중 하나죠. 이 역시 운전자들이 자동차의 어떤 기능, 장점을 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항인데, 현재 시대정신이 연비 등 에코, 환경 친화 쪽으로 굳었으므로 정부 정책, 규제 여부를 떠나 메이커들도 그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베터리가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나 다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저자는 가솔린 차의 경우 난방에 엔진이나 파워컨트롤 유닛의 열(부산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이 역시 주어진 에너지 변환 현상 그 한계를 최대한 선용하려 든 구 자동차 공학의 멋진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난방에도 배터리 전력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연속 주행 거리가 크게 짧아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p88). 참 궁색하고 난감하지만 결국 겨울에 난방을 자제해야, 도로 한복판에서 완전 방전으로 차가 멈춰서는 끔찍한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죠. 이는 전기차가 태생적으로 지닌 구조적 약점이므로 (저자는 그런 말씀을 안 하시지만) 어떤 기술적 극복이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책 좀 뒤에 보면(p96), 가솔린 차와는 달리 별개 차체의 배터리를 바로 연결하면 화재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영화 아드레날린 속편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앞에서 자동차에 선호하는 기능, 특장이 시대에 따라 다 다르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속도를 중시하는 운전자들이라면 이 전기차가 가솔린 차량에 비해 영 못하지 않냐는 선입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수요와 불만을 업계에서 모를 리 없고, 이는 모터의 성능 개선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한 영역이므로 향후 좋은 소식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이 책의 장점은 이처럼 최신 업계 사정과 데이터가 반영된 것도 있습니다) 벤추리의 VBB(물론 일반에 파는 모델은 아니고요^^)가 기록한 576km/h가 최고라고 하는군요. 이 정도면 나머지 문제는 그저 운전자의 "기분 탓"일 뿐 유의미한 개선이 거의 완성 단계 아니겠나 싶습니다. 단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배터리 여럿을 세로로 탑재해 공기 저항을 줄인 데서 큰 덕을 본 건데, 구조상 우리가 일상에서 몰고 다닐 자동차를 저런 꼴로 제조할 수 있느냐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하긴 앞으로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면 과연 개별 운전자에게 속도를 즐길 상황이 얼마나 주어질지 의문은 듭니다만.

가솔린 차 많이 연구(?)하신 분들은, 공기가 스로틀(throttle) 밸브를 통과할 때 흡기 포트의 인젝터가 분사한(p156) 연료가 이에 섞여들어가서, 연소실로 들어간다는 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게 근 한 세기 동안 자동차 작동 원리에서 거의 불변의 진리, 상식이었는데, 책에서는 이제 에코카 컨셉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실린더 내 직(直) 분사 방식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언, 선언합니다. 이런 걸 보면 한 시대의 특정 국면 개성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예를 구경하는 셈이라 감개무량하기도 하죠.

이런 직분사 방식은 기화열(물론 기체가 액체로 바뀌면서 주위의 열을 흡입하는 과정입니다)로 연소실 내부를 냉각하기 때문에, 덤으로 노킹까지 방지된다고 합니다. 반면 기존의 포트 분사는 연료를 더 분사해서 냉각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중으로 연료가 낭비되죠. 이건 역시 지난시절에는 기술의 한계 때문에 "원래 그런 것"하며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사항이었는데, 기술의 근본 혁신이 일어나고 그랜드 컨셉 자체가 바뀌니까 마치 부산물처럼 자동 해결 방법이 찾아지는 놀라운 현상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책에서는 직분사의 경우 인젝터의 반응성과 정확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면이 있다고 하나 이는 그야말로 시간이 지나면 극복이 되는 이슈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저런 인젝터의 고성능이 "뉴 노멀, 새로운 표준"으로 당연하다는 듯 자리할 겁니다. 미연소 흑연 잔량의 문제도 제가 듣기로는 기술적 해법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현대는 일부 폐쇄적인 엘리트 전용의 의사 결정 구조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시민과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도 건설적 의견으로차 참여할 수 있고, 이런 절차를 거쳐 생산자 역시 시장의 니즈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며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도 줄여나가는 게 대세입니다. 깨어 있는 소비자와 시민이 입을 모아 친환경을 옹호하면서 기업과 정부, 정치인도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 작은 움직임이 모이고 모여 거대 산업의 지향점 자체를 이처럼 바꿔 놓은 거죠. 자동차 애호가라면 내가 모는 자동차의 내부 구조와 원리를 배워 가는 과정이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친환경이 친환경이 되는 건지 근본 이치를 깨달아야 바른 실천이 가능합니다. 보누스의 이  시리즈는 그래서 똑똑한 소비자 되는 건전한 흐름에 바른 방법으로 참여하게 돕는 "유익한 교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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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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