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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1. 경제경영/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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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혁신가 경제학
글쓴이
이일영 저
창비
평균
별점8 (1)
김진철

서양 속담에 "단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게 있죠. 지은 죄에 대한 벌은 개인이 지게 해야 한다는 뜻도 되고, 집단으로 몰려 다니며 지은 죄는 그 추궁이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집단에 앞서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내세운 그들이었기에,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며 그 핵심 기능 단위로서 "기업"을 발전시킨 것도 그들입니다. 자연인을 넘어 영속(永續)할 수 있는 "법인"이 란 실체를 처음 고안하여,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업적과 성과를 내게 한 건 놀랍습니다. 그 거대한 경제 체제 안에 편입된 우리들의 삶도, 이제 생산이건 소비이건 기업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 참여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능력은 자신이 속한 기업이라는 조직을 통해 발휘가 되어야 사회적 인정을 받습니다. 여기서 "능력 발휘"란, 개인 단위로서 업무 성과를 내는 것 외에도(이것은 기업이라는 조직 구조로 흡수, 용해되어, 대외적으로는 그 소속 기업의 성과로 탈바꿈합니다), 자기가 속한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개선하고, 최소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잘 적응하느냐는 쪽으로도 측정됩니다. 일 잘해도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은, 역시 무능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기업이 대외적으로 시장과 맞닥뜨려서 어떤 혁신(제품과 서비스 창출에서)을 보여주느냐, 또는 그래야 하느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사장이나 직원이 자기 회사의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책입니다. 시장 대응이 우선이지, 내부 문제야 어떻게든 다독이고(혹은 윽박지르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이미 시대에 크게 뒤처진 것입니다. 유능한 CEO는, 시장을 잘 공략하고 경쟁 기업에 맞서 유효한 전략을 잘 짜고 행동에 올길 뿐 아니라, 자기가 건사한 직원들에게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때의 효율이란, "착취" 같은 개념이 아님은 물론이죠. 같은 보수를 주고서도,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게 하여, 최상의 창의력과 최양질의 성과를 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직원의 입장에서도, 부하직원이라면 최대한 상사와 동료의 분위기에 조화하여 자아 실현을 원활히 이뤄야 하겠고, 중간관리자라면 아래로부터의 존경과 위에서의 신뢰를 동시에 얻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소규모 기업을 보면,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직원을 대합니다." 같은 슬로건으로 사람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대체로 이런 곳은, 공사(公私) 구분을 하지 않고 파렴치하게 직원의 후생을 침해하는 일이 잦죠. 그런데 미국도, 소위 family라는 컨셉으로 회사 내부 분위기를 세팅하는 곳이 있나 봅니다(제가 알기로는 많지 않습니다만). 저자는 이런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family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각자 해 줘야 할 일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 team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실제로 그들은, 영역 가리지 않고 team spirit을 강조하는 습관을 가지고들 있습니다. 우리처럼 후진적인 기업 문화가 아직 지배적인 곳에서는, 이런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겠지만, 주로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을 이 책에서 그런 주장을 보니 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아랫사람을 동료들 다 보는 자리에서 사정 없이 박살내는 행태 역시, 한국의 후진적인 문화에서나 자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만도 그런 예는 여러 차례 인용되고 있습니다(당연히, 미국 내 기업 CEO나 간부와의 인터뷰에서입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 사는 데가 어디나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잘못된 풍토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지만요.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라서 그런지, 그 폐단을 막연히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 생생한 표현으로 경각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구별을 명확히하고, 그러면서도 부하직원에게 신사적으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적절한 계도를 행하는 방식, 이 둘을 결합하면 "가르침(teaching)"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저자는 아주 멋진 결론 하나를 내어놓고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리더는 바로 가르치는 사람이다."는 말이죠. 우격다짐으로 초 보자들을 몰아세우지도 않고, 절도 없이 무능과 결부된 온정주의로 흐르지도 않고, 마치 훌륭한 선생님이 아이들을 다독이고 이끌어나가듯, 그렇게 기업과 조직을 리드하는 CEO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미국의 문화라기보다, 전통적 동양의 군자상을 더 닮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책 없이 무작정 권위를 부정하고 저항하는 원심적 문화와는 크게 다릅니다. 리더가 부하를 존중하는 것처럼, 직원도 사장에 대해 적절한 존경을 할 줄 알아야 기브앤테이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죠. 실패하는 많은 조직은 이런 인풋-아웃풋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 실패를 맞는 일이 흔합니다. 조직 내부 문화의 혁신이 없이는, 기업의 혁신이 불가능하고, 나아가 시장에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내부를 제대로 다스려야 외부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 어찌 보면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이 쉬울 뿐 실천은 지극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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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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