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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19.9.28
설렘 두배 독일
- 글쓴이
- 이민정 저
디스커버리미디어
한국 청계천에는 (뜻밖에도) 베를린 광장이 있습니다만 독일에 가 보면 한 번쯤은 들러봐야 할 멋진 광장들이 여럿 기다립니다. 이 책에도 젠다르멘 광장, 알렉산더 광장(이에 관련한 소설도 있죠), 포츠담 광장 등 쟁쟁한 명물이 소개됩니다. 유럽 어느 국가에도 광장을 따로 만들어 행사도 개최하고 여러 용도로 시민의 편의를 도모합니다만, 모든 광장은 그 위에 선 겨레, 혹은 집단, 당파가 얼마나 시대를 치열히 살아왔는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그것이 세워져서 가족, 형제, 친우의 소통을 가로막았을 무렵이나, 뜻밖의 시점에 무너져 세계에 충격을 주었을 시점이나, 실로 막대한 역사적 함의를 띤 장소입니다. 이것 관련해서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미스터 고르바초프, 테어 다운 디스 월!"을 외친 연설이 아주 유명합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딱히 그런 말을 들어야 할 만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던 듯한데, 그 연설을 할 무렵에는 아직 과감한 개혁, 개방 정책을 밀고 나갈 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그의 전임자, 즉 브레즈네프나 체르넨코 같은 이들이라면 그런 쓴말을 들어 마땅했습니다만.
프랑스는 일찍부터 국민 국가를 이루다시피 하며 방대한 영토를 대체로 통일적으로 관리했습니다만, 독일은 이름만 독일일 뿐 수많은 영방(領邦)으로 나뉘어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발전이 더뎠습니다. 법학자 자뷔니는 통일 민법전을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 "아직 독일어와 독일의 수준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며 충격적인 폄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이웃 나라 프랑스를 특히 염두에 두고 "그에 미치지 못함"을 피력한 것이라서 더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독일이 다채로운 어트랙션을 갖게 된 건, 역설적으로 이런 다양한 문화, 역사 배경을 갖고 저마다의 템포로 발전해 온 내력도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 봅니다. 독일이라고 하면 신교 국가로 알지만(특히 프로이센 때문에), 의외로 가톨릭 지역도 많고 개신교 안에서도 이단시된 종파가 생겨 주류와 치열한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미국에 이민 온 "독일인"들을 보면, 한 집단으로 묶을 수 없을 만큼 배경이 다양합니다.
책 말미에는 간단한 독일어 회화도 실렸고 현지에서 닥칠 때 당황할 만한 여러 상황에 대한 좋은 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내세운 대로 "실거주자 경험이 페이지마다 녹아들었다"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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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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