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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20.2.11
알렉산더 대왕
- 글쓴이
- 피에르 브리앙 저/홍혜리나 역
시공사
이 책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총서 중의 한 권이며, 우리 한국 독자들도 "시공 디스커버리" 시리즈로 잘 알고 있는 그 기획의 일부입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작은 문고판에 올컬러 내지를 한 바로 그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시공 디스커버리도 주기적으로 세일을 했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저런 책방에서 싸게 낱권으로 팔았었는데 도정제를 실시하는 지금은 그런 행운을 더 이상 만나기 힘들겠습니다.
알렉산드로스 3세는 예수보다 근 삼백 년 전 인물이지만 기록이 비교적 자세하고 믿을 만한 게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인물의 행적을 어떤 매체로 접하더라도 전개가 공통된 게 많습니다. 다만 이 책은 (짧은) 분량도 분량이고, 인물 개인의 생애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문명사적 시각을 기본으로 삼았으므로, 어느 책을 들춰 봐도 나오곤 하던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는 적은 편입니다. 이 젊은 영웅이 요람에서 나와 다른 대륙을 성큼성큼 걸어다닌 그 행적에 주목하며, 그 대담한 걸음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에 대해 담담히 서술합니다. 마치 나는 "사람"보다는 "역사"가 더 관심있었다는 듯한 태도가 이 책 작가의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알렉산더 대왕 자신이 워낙 진한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므로, 이런 스탠스의 책 중에서조차 그는 찬란히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청년기 그를 둘러싼 여러 추문, 즉 부왕과 격렬히 불화했다든가, 유별나게 정치 지향적이었던 모친과 모종의 음모를 통해 부왕 암살에 관여했다든가 하는 애피소드, 즉 그를 주제로 삼은 어떤 책에서라도 만나기 십상이었던 이야깃거리들을 가능한 한 간략히 다루며 넘어갑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사건은 전쟁이며, 이 전쟁들은 문명과 문명 사이의 불가피한 충돌, 그 충돌이 낳은 문화사의 변증법적 발전으로 분석됩니다. 개인의 야망 그 실현보다는 전쟁을 통해 세계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냐에 초점이 놓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을 다룬 영화 중에 유명한 건 1950년대 리처드 버튼 주연작, 그리고 2004년에 나온 올리버 스톤 연출작이 있습니다. 후자는 간만에 거액의 제작비를 지원 받은 이 감독의 야심작이었는데, 이야기가 박력도 없고 주연 배우의 연기력도 미흡했으며 어설프게 무슨 메시지를 담다 만 내러티브가 호된 비판을 받은 채 당대인의 뇌리에서 잊혀졌습니다. 리처드 버튼 주연작은, 그보다 전에 찍힌 <성의>에서보다 더 젊고 더 신비로운 모습을 한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버튼은 단신이며, 귀족적이라기보다 서민 특유의 퉁명스럽고 고집스러운 표정이 보통이었는데, 여기서는 금발로 염색까지 한 채 약간 퇴폐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내며 관객을 당혹게 합니다.
어린 왕자가 거친 야생마 부케팔로스를 길들이는 이야기는 그를 다룬 어떤 미디어에서도 빠지지 않고 재미있게 묘사되는데 저 영화(즉 버튼 주연작)에서는 생략됩니다(스톤 연출작에서는 길게 나옵니다). 필리포스 왕이 주연상에서 아들인 자신을 나무라다 넘어지는 모습을 두고 조롱하는 이야기는 거의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듯한데, 그로서는 한 영웅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부친이란 거대한 산을 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했겠고, 어떤 이야기꾼도 이 요소를 빼먹지 않고 다루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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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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