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Reviews & etc

김진철
- 작성일
- 2021.2.25
장미의 이름
- 글쓴이
- 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책들
올해(2021) 들어서 이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판이 나왔나 본데 물론 한국에 처음 번역 소개된 이후 출판사와 역자가 바뀐 적은 없습니다. 이윤기 선생의 초역이 있었고, 이후 그 판을 스스로 거둬 들이고 자진해서 개역판을 내었는데 이 책을 보면 저간의 사정에 대한 이 선생의 아주 긴 설명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출판계의 사정이 그러했나 보다 정도로 요즘 독자들이 좀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도 있겠습니다. 올해 나온 새 판도 개인적으로 가능하면 좀 구해 읽고 자세한 리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푸코의 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었습니다. 그러던 게 지금 이 판부터 "추"가 "진자"라는 단어로 바꾸었는데, 푸코의 진자에 얽힌 과학적 내역이야 이미 잘 알려진 것이고 문학 작품의 제목 중 쓰임새로 이런 단어의 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보다시피 챕터의 제목으로 케테르, 호흐마, 비나 등의 상징이 쓰입니다. 그 유래와 의의에 대해서는 책 중에도 설명이 나오고요. 과거 일본에는 순수 일본 혈통이면서 유대인을 자청한 어느 지식인도 있었고, 마빈 토케이어 같은 대중 저술가가 유독 일본에서 열렬한 활동을 통해 유대의 사상을 전파하려 애쓴 적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과연 유대인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주인공들이 아주 코믹하게 논쟁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통해 유대인의 정의가 그저 혈통적 개념이 아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에는 성전 기사단장 자크 드 몰레가 프랑스 왕 필립 4에게 배신당하여 교단의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고문 당한 끝에 비참하게 죽은 그 사건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됩니다. 2년 전에 히스토리 채널 등에서 방영된 <나이트폴> 같은 드라마도 이 사건에 많은 허구 요소를 가미하여 제작되었는데 <푸코의 진자>가 일부 소재를 공유했던 건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14년 전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역시, <성배와 성혈>뿐 아니라 바로 이 작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 중론입니다. 아무튼 루이 16세의 목이 잘린 후 누군가가 "자크 드 몰레, 드디어 당신의 원수를 갚았습니다!"라고 외쳤다는 대목은 모골이 송연하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가 끝장났다는 의의도 있긴 하겠으나, 그 왕조라는 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방계로 간신히 계승되었을 뿐인데 절반의 밀레니엄이 지나서 이뤄진 복수가 대체 무슨 의미인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어느 단체에 대고 "스탠 백, 앤 스탠 바이"라고 한 게 그처럼이나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 역시 에코 식의 기호와 해석으로 얼마든지 의미 부여가 가능하지 않을지 생각해 봅니다. ㅋ 에코 선생은 트럼프 씨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도 못 보고 죽었지만 말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