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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22.10.30
그리스 로마 신화
- 글쓴이
- 토머스 불핀치 저
스타북스
고대에는 그리스나 로마가 지중해 세계 어디에서처럼(유대아 제외) 다신교를 믿었고(그 신격은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었으나) 또 그 나름의 확고부동한 전통을 유지했었습니다. 이러던 게, 기독교가 점차 큰 세력을 점함에 따라 적어도 신앙 체계와 교단 속에서의 그리스-로마 신들은 대중의 안전에서 사라지게 되었죠.
그러나 르네상스가 유럽에 도래하면서 잊혀졌던 고대의 신들은 예술 작품을 필두로 그 모습을 다시금 노출했습니다. 신화는 여러 작가, 예술가 들에 의해 선명한 모습으로 재소환되었으나 오늘날 독서인들에게 가장 권위 있게 수용되는 집성은 19세기 미국 인문학자인 토머스 불핀치의 붓 끝에서 쓰인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 현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총괄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명작이고 고전입니다. 어린이용으로 쓰이고 읽히는 여러 책들도 알고보면 이 고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중세, 근세의 저술이나 회화, 조각 들을 보면 다양한 세계관 혹은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어서 과연 무엇이 권위 있는 정전(正典)인지 확정하기 어려운데 어찌보면 이 고전이 사실상 앤솔로지 혹은 canon 노릇을 하는 셈이죠.
야훼 혹은 여호와도 기독교의 구약에서는 질투의 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힐 정도입니다만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야말로 치졸할 만큼 원초적인 질투를 품고 또 드러냅니다. 아라크네는 직물을 짜는 솜씨로 유명했는데 바로 이 재능이 신의 질시를 삽니다. 여기서 특이한 건 그나마 절제된 감정, 이지적인 면모를 지닌 아테나가 어떤 정제되지 못한 격렬한 증오감과 질투를 표현한다는 점이죠. 무지개의 빛깔에 대해 불핀치가 지나가듯 잠시 설명하는 대목도 있는데 그의 광학 소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여 흥미롭습니다.
사포라고 하면 우리들은 사피즘, 혹은 그녀와 동료(제자)들이 거주했던 레스보스 섬만을 생각하여 레즈비어니즘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는 딱히 그 부분 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파온이라는 청년을 사랑하였으나 이루어지 못한 비련의 사연을 강조하고 또 그 불세출의 재능을 지적해 주는데 그 건조한 필체가 독특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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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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