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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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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같은 소리 하네
글쓴이
데이브 레비턴 저
더퀘스트
평균
별점8.5 (31)
김진철

이 책은 과학을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라, 자격도 능력도 없으면서 과학을 잘못 입에 올리고 엉큼한 잇속을 챙기려 드는 못된 정치인들을 꼬집습니다. 즉 정치 비판 서적입니다. "과학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당신이 과학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러니저러니 함부로 떠들어?" 저자는 과학 저널리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런저런 정치인들의 과학 관련 발언이 과연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하는 사이트도 운영하는 활동가입니다.



과학에 대해 정확히 모르면서 경솔히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묘히 사실과 허위를 섞어 대중을 호도하고 의도적, 계획적으로 선동을 일삼는 행태입니다. 미국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오류와 우행을 저질렀는지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과연 시사 이슈들에 대해 얼마나 팩트에 기반하여 정확히들 알고 있는지 자체 점검도 해 볼 기회가 되겠습니다.



"아첨과 깎아내리기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p67). 이걸 영어 원 표현으로는 "butter-up and undercut"이라고 하더군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국가 기관 중 하나인 NASA를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 상원의원(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지금 시점에서도)이 어떻게 길들이려 했는지입니다. 처음부터 NASA의 특정 프로젝트를 깎아내리면 대중에게 신뢰를 못 얻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열렬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알아차린 듯, 아니 우리의 나사가 왜 이런 일까지 하려들지?라며 그때부터 비판을 시작합니다. 처음에 호의적이었던 저 사람마저 태도가 바뀐 걸 보고 대중도 서서히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나사가 우주 탐사 같은 핵심 임무(core mission)에만 집중해야지, 왜 기후 변화 같은 데 역량을 낭비하려 드나?" 테드 크루즈 의원이 이처럼 교묘하게 해당 프로젝트를 방해했다는 건데, ㅎㅎ 다만 이는 이 책 저자의 관점이 그러하다는 것이고, 미국 국민 사이에서는 또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백신 반대 운동도 아주 긴 시간 동안 반지성주의, 반과학주의와 엮여 자주 거론됩니다. p84에는 그 결과로 한때나마 홍역(완전 퇴치된 듯 여겨진)이 퍼져 사회를 당혹하게 했던 현상이 지적되네요. 저자는 모 브룩스의 반 이민자 캠페인을 비판하는데, 장내바이러스 D68이 이민자를 통해 미국에 전파되어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는 그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를 결여했거나, 교묘하게 왜곡되었다는 것입니다. 모 브룩스는 저 당시 미 연방하원의원(앨라배마 주 대표)이었습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언제나 어디서나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 자유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 정도까지 문명화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었죠. 발언권, 비판권을 언론기관에 독점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이 제각각의 주장을 힘 닿는 데까지 퍼뜨리고 그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건 인터넷의 힘이 큽니다. 그러나 대신 가짜뉴스, 선동, 여론조작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큰데, 책에서는 게리 파머 하원의원(이 사람도 앨러배마 주 대표이며 현역입니다)의 예를 듭니다.



이 사람은 정부(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자료를 조작하여 기후변화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근거라고 인용한 건 "보도"가 아니라 어느 블로거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언론사, 출판사나 작가 중에도 때로는 일개 블로거만도 못한 저질, 무자격자, 광신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추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publish되는 개인 블로그 아티클이란 건,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함부로 의지할 건 못 되죠. 키가 190cm이 넘는 거한 릭 샌토럼의 실수도 p107에서 거론됩니다. 이 사람은당시(2017)에도 "전(前)" 상원의원이었네요.



연방상원의원(켄터키 주)랜드 폴은 내과의사이기도 한 정치인입니다. 이런 분이 스콧 플레처 교수가 주도한 초파리(드로소필라) 연구를 국가 예산 낭비라며 맹비난했을 때 아무래도 일단은 신뢰성이 (그저 일개 정치인이 제기했을 때보다야) 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걸 저자는 조롱과 묵살(p130) 전략이라 부르는데 원어로는 ridicule and dismiss라고 합니다. 얼핏 보아 우스꽝스럽지만 초파리 연구는 인류 문명의 진보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습니다. 이걸 그렇게 가볍게 다뤘다는 건 해당 정치인이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때로는 철지난 정보를 들먹이며 사태를 왜곡하기도 합니다. 이걸 원어로는 blind eye to follow-up이라고 하는군요(그 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에는 눈 질끈 감기). 도대체 정치인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그저 무지해서일까요, 아님 가공할 만한 음침한 의도를 갖고 치밀한 계획 하에 뭔가를 저지르는 걸까요? 중요한 건 우리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팩트체크를 해서 누군가의 얄팍한 술수에 쉽게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근거나 의제가 과학 관련일 경우에는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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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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