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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23.5.20
모범택시 2 (상)(하) 세트
- 글쓴이
- 오상호 저
너와숲
모범택시 시즌 2가 방영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제 주변에서는 다들 재미있다고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즌 2의 첫 몇 에피소드에서, 빌런들이 생각보다 좀 약하거나 시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물론 지독하게 악하고 치가 떨리도록 미운 건 사실인데, 정의구현하는 우리 무지개운수 어벤져스에 비해 실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할까요. 그런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악당들의 실력이 늘더니 11화(하권 분량)부터는, 아 이래서 비질란티, 자경단이 있어야 하나 보다, 이런 생각이 잠시 들기까지 했습니다. 엄청난 몰입감이었고, 아직도 감동이 가시지 않습니다. 물론 드라마 중에 나오는 대로, 목적이 옳아도 그 방법이 그르면 곤란하며 범죄의 사적 구제는 문명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ㅎㅎ 그렇지만 이 대본집 p5(기획의도)에서는 역시, 결이 다른 말이 나옵니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이 인용되는데, "정의는 완전무결할 때에만 옳다"입니다. 즉, 불완전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뜻인데, 형식적 법치주의를 내세워 증거불충분으로 피의자를 풀어 주거나, 확정 판결을 받고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거나, 아주 불충분한 죗값만을 치르고도 형기를 마치고 나와서 버젓이 사회를 활보한다거나 하는 악당들을 볼 때, 과연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지를 묻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장 대표님은 이 부분에 대해 큰 회의를 갖고, 시즌 1 결말이나 이 드라마 초반부 회상 씬에서 "정 뗀다.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한다. 모두 내 책임이다" 같은 말을 합니다.
책 맨처음에는 등장인물 소개가 나옵니다. 이 책이 SBS 오센틱이기도 하고, 인터넷 다른 곳에 정신없이, 혹은 부정확하게 나온 정리보다 훨씬 낫습니다. 김도기, 장 대표님, 안고은, 최 주임(산발), 박 주임(호섭이머리), 온하준 등이 소개되는데, 이 중 가장 의미심장한 캐릭터는 온하준이죠. 그 이유는 하권 리뷰에서 말하겠지만 드라마를 이미 다 본 시청자들은 다 아는 바이겠습니다.
p35를 보면... 역시 SBS 드라마 대본은 지문(地文)이 액티브합니다. "구석에 있던 '2년 전(이라는)' 자막이 커지며 슬금슬금 중앙으로 온다. '2년 전'에서 '1년 전'으로 '떵' 바뀌는 자막." 저는 이 설명이 너무 재미있어서 VOD 이 부분을 과연 그랬는지 일부러 다시 찾아봤습니다. p43을 보면 최 주임이 회상 들어가는 대목에서 "플래시 인서트"라고 나오는데 이처럼 SBS 대본집은 대본 본연의 여러 공식을 충분히 정격으로 지킵니다(여기뿐 아니라 여러 군데에 그렇게 나옵니다). 여태 <치얼업>, <법쩐> 등을 리뷰하며 계속 느꼈던 바입니다. p25에는 "풀무더기 두 개가 '스윽' 움직인다"는 지문이 있는데 드라마에선 가오갤의 그루트처럼 나옵니다.
p21을 보면 "비로소, 헝클어진 머리에 깎지 않은 수염의 (김)도기가 보인다"라는 지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대본집과 드라마가 좀 차이가 큽니다. 2하6-5238 죄수는 눈을 덮은 장발이지만 수염은 전혀 없어서 처음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으니 "비로소 도기(이제훈 扮)가 보인다"는 좀 이해가 안 되었네요. 물론 드라마상의 표현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5238이라는 넘버는 이 드라마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 시청자들은 다 알 것입니다.
p25쯤에 김도기 특유의 짓궂은 이중부정 표현 "(니들) 안 다치진 않았지?(다쳤길 바라기라도 한다는 뉘앙스)"가 대사로 나와야 하는데 없습니다. 이건 드라마에만 나온다는 뜻입니다.
p57 이후부터 베트남의 "코타야"라는 지명이 나오고, 이 대본집에는 한글로 표기되지만 드라마에서는 Kotaya라고 로마자로 쓰여서 차량이라든가 여러 군데에 나옵니다. 실존 지명은 아닙니다. p41에서 연구진이 최 주임에게 삐삐(=호출기)를 꺼내들며 "이거 돼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마지막 16화에서 1호 기사(김소연 扮)의 일식집 장면과 비슷한 것도 하나의 숨은 재미입니다. 꼭 찾아 보십시오.
1화는 제 개인적 느낌으로, 이 상권이 커버하는 셈인 1화~8화 중에서 가장 구성이 좋았고 빌런(들)의 비중도 묵직했습니다. 현직 ooo이 범인이라는 점도 충격이지만 일단 에피소드 초반부에 한 번 얼굴을 비춘 사람이 나중에 빌런으로 밝혀지는 점도 반전의 묘미를 더합니다. 또 이 에피소드는 절박한 청년들(특히 p113 참조)을 상대로 한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가증스럽고 시청자, 독자의 분노를 촉발합니다. 망할 자식들이, 사람 일을 시켰으면 돈을 줘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그 정도가 아니라 더 끔찍한 범죄지만) 이런 나쁜 놈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악어 밥으로 던져 줘야 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시멘트로 그냥...(p147 참조)
고은이가 어렵게 공무원 공부해서 경찰이 되는데 어떻게 무지개운수 전산직(...)하고 투잡을 뛰나 했는데 1화 끝에서 그만두는군요(p159). 씁쓸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1화 마지막(p161)에 반장이 죽고 나서 "저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겠다"는 수수께끼의 목소리(드라마에서는 기계음 변조)가 나오는데 나중에 보면 이것도 복선입니다. 알아보겠다고 하고서(?) 바로 2화에 등장하니 말입니다(물론 얼굴은 모르지만).
사실 3화 볼 때는 존재감이 없어서 누군지도(누구일지도) 몰랐는데 대본집 p175 같은 데를 보니 제법 비중이 컸었네요. 스포일러라서 이 리뷰에서는 이렇게만 쓰겠습니다.
p247을 보면 김도기 등장 장면에서 MBC 예전드라마 전원일기 테마곡이 나와서 드라마 시청 할 때 웃었습니다. 배우 이제훈의 이미지는 이런 것과는 극과 극이라서 더했습니다. 그런데 대본집에서도 MBC라고 경쟁 방송사 명칭이 그대로 인쇄되어 나온 게 흥미로웠습니다. 이제훈씨의 이른바 촌닭 연기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p167에 군인승객을 김도기가 특전사까지 태워주는(따라서 군 후배) 장면은 16화 마지막에서 시즌3을 암시하는 장면과 연관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김도기는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어렸을 때 엄마가 죽던 일을 트라우마처럼 떠올리는데 16화에서 "교구장님"이 도기를 무력화하는 장면과 관계 있습니다.
3, 4화는 악당들이 너무 저질인데다 수법이 한심해서 범죄소탕극으로서는 재미가 덜했으나 김의성씨의 장노인 연기가 코믹하고 재미있습니다. 안경을 벗고 나와서 처음에는 누군가 싶죠. 피해자 이임순 할머니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동네 주민들이 유상기 일당 못지 않게 나쁜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p270에 안고은이 무대로 올라가 노래 목로주점을 부르는 장면은 하권 16화 분량에서 명품 칠갑하고 대부업체에 들러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시키는 씬과 함께 명장면입니다.
p303에 호o원 PPL이 대본에서도 명시적으로 상품명이 나와서 좀 놀랐습니다. 호o원은 이 프로젝트에 협찬을 아주 세게 했는지(?) 아주 자주 나오는데 16화 마지막에도 강하게 부각됩니다.
p327에 온하준 기사가 고아 아닌 고아 서연이에게 "옷은 깨끗하게 입어야 누가 안 괴롭힌다"는 말을 (드라마에서) 아주 다정하게 건네는데 이게 생각보다 큰 복선이었네요. 드라마에서는 5화 맨처음에 온기사가 김도기에게 형님 여기 사셨냐며 알랑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대본집에서는 이게 4화 말미에만 나옵니다. 5화 6화에서 사기건축업자 강필승이는 제법 지능범이라서 긴장감이 높아졌고, 김도기와 고은이가 가짜 부부 행세하는 장면이 우스우면서도 서스펜스 있었습니다.
p388을 보면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사기꾼 강필승이만 나쁜 놈이 아니라, 집 욕심에 눈이 멀어 부정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선택하는 서연의 가짜 부모들도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나쁜 사람들입니다. 3화~4화에서 이임순 노인에게 배상하라며 생떼를 쓰는 주민들과도 같습니다. 사기꾼들에게 붙어서 떡고물이라도 챙기려고 방조범 노릇하는 소시민들이 다 이와 같습니다.
한국은 유독 갖가지 사이비 종교 비리가 판을 치는 것도 좀 특이한 나라죠. 7~8화에서 순백을 강조하는 옥주만과 그의 배필, 사업 파트너인 간증녀 두 사람이 빌런인데 김도기가 법사님으로 가장하여 한 수 위의 사이비 놀음으로 이들을 응징하는 게 약간 억지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사이비와 달리 옥주만은 그래도 순정이나 효심이 있는지 간증녀 한 여자만 챙기고(보통 교주들은 여러 여자를 건드리죠), 나중에는 죽은 어머니 코드에 무너지는 모습이 좀 불쌍하기도 했네요.
책 맨 뒤에 주연배우들 싸인 있습니다. 책 디자인은 예쁘지만 <치얼업>이나 <법쩐>에 비해 드라마 스틸사진이 부족한 게 조금은 아쉬웠어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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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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