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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1. 경제경영/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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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부
글쓴이
인드라 누이 저
한국경제신문
평균
별점8.3 (30)
김진철

펩시 vs 코크. 아마도 레알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라든가, 마블 대 DC처럼 세대를 초월한 라이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메시 vs 호날두,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정도는 감히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아직도 탄산음료 점유율이라든가 선호도 면에서는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를 앞섭니다. 그러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펩시콜라가 더 많이 선택된다는 결과도 있고, 이 책 앞날개에도 나오듯이 펩시코 회사 전체(콜라 단품이 아닌)의 매출액은 이 인드라 누이 CEO 재임기인 2004년에 코카콜라社를 앞질렀으며, 현재도 수치 차이가 엄청나게 납니다. 만년 2인자였던 펩시코가 일부 부문에서나마 코카콜라社를 제칠 수 있었던 건 대개 이 인드라 누이 CEO의 공을 높게 칩니다.



책읊 읽어 보니 인드라 누이 CEO가 생각보다 나이가 엄청 많은 분이더군요. 이분은 1955년생이며, 인도가 아직 세계 빈국 대열에서 탈피 못 하던 시절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출신 집안은 유복한 명문이었으며, 본인도 자질이 출중했던 덕에 인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예일대에서 박사를 땄습니다. 예일대가 원래 경영 쪽은 그리 역사가 깊은 건 아닌데(p91) 여튼 인드라가 다닐 무렵에는 최고 퀄리티였나 본지 책에서 내내 감탄과 감사를 표합니다. 본문 p27에서 스스로 밝히기를 "부유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출신 계급은 인도에서 최상위층인 브라만입니다. 물론 이것이 성장 과정에서 엄청난 이점이었음을 그녀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p104에서는 그저 "중산층 출신"이라고도 하네요.



출신지는 첸나이인데 p26에 나오듯이 원래는 이름이 마드라스였던 것을 1992년에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에 인도 총리가 국명 자체를 바꾸려는 듯한 암시를 하기도 했는데... 이 첸나이는 타밀 나두 주의 수도이며, 이 고장은 타밀 족이 다수이고 힌디어가 잘 안 통하기 때문에 인드라 누이의 가문이 완전 주류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p36)"이 집안에서 지상과제였음을 그녀는 고백합니다. 이런 훌륭한 가풍에서 이런 인재가 나오기 마련이죠. p103에 보면 학생 시절 재미있게 본 영화로 두 코미디언이 나온 <실버 스트릭>이 언급되는데 저도 이거 재미있게 봤고 한국에서도 MBC 주말의명화 시간에 틀어 준 적 있습니다.  





공부 자체는 이분보다 언니 찬드리카가 더 잘했나 봅니다. 인드라 누이는 (좀 의외지만) 고급수학에 좀 약했기 때문에(p49) 개인과외가 따로 필요했다고 하네요. 책을 읽어 보면 그 모친께서 의지가 굳세고 치밀한 사고방식을 갖고 가정을 꾸린 분이라서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참된 CEO의 자질을 갖춘 분"이라며 찬사와 고마움을 아끼지 않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훌륭하신 부모의 훈육과 가풍 아래에서라야 뛰어난 인재가 나오는 법입니다. "누이(Nooyi)"는 p102에 나오듯, 대학원 다니며 만난 남편(Raj.라지)의 성씨이며 친정의 성씨는 크리슈나무르티입니다. 한국에서 예전에 큰 성공을 거둔 어느 명상가, 저술가의 성씨와도 같죠. p116에 나오듯이 이분도 아내 인드라처럼 그냥 모범생이고 공붓벌레 스타일이었습니다. 의사 집안 청년이고, 부모님들은 일찍이 196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온 분들이었다고 합니다. 먼 태생으로는 인도 서남부의 칸나다 사람들인데 여긴 인드라의 고향인 타밀나두와는 정반대 방향이죠. 누이라는 성씨는 칸나다 주 항구도시인 망갈로르의 작은 마을 이름이라고 p137에 나옵니다.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보여 주되 주위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p97)." 얼마나 훌륭한 가르침입니까. 부모님의 가르침이 이러니 지역 사회에서도 미국 유학을 가서도 그 딸이 반듯하게 자라는 것입니다. p85를 보면 "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인도인은 영국인에게라면 몰라도 미국인에게 피해의식을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1918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거론하는 바람에 인도 독립 과정(스와라지 운동 등)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죠. 여튼 미국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창의적인 교육 풍토가 큰 인재를 낳는 데 일조했음은 p91 같은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상상도 못 할, 스승을 아무 거리낌없이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라든가 하는 게 말입니다.



독립적인 인간이 될 것을 언제나 강조하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맞춰 인드라는 박사 학위 취득 후 미국 굴지의 기업들에서 양질의 커리어를 쌓습니다. p131에 보면 게르하르트 슐마이어라는 인물을 모토롤라에서 만난 걸로 나오는데 이 독일 사람이 이후 인드라 누이의 경력 상당 부분을 이끌어주다시피 하더군요. 사회에서 좋은 사람과 인맥을 만나고 연을 잘 맺는 게 성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토롤라 같은 큰 기업에서 그 정도로 큰 성과를 내기도 했고, 이사진이 찾아와 만류까지 했는데도 그녀는 술마이어 씨를 따라 ABB로 옮기기로 합니다. 이 새로운 직장에서 그녀 자신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p145)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함부로 흉내 못 낼 결단력입니다.





ABB에서도 그녀는 좋은 성과를 내었지만 뭔가 여성에게 여전히 한계를 부여하고, 능력에 따른 존중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독자인 제 생각에는, 단순히 어떤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에서 얻을 만큼 경험과 성취감을 얻은 다음에는 나의 성장을 위해 망설임 없이 이직하는 타이밍을 기막히게 잡는 것이 또한 그녀의 능력이자 센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 하필이면, 그녀를 계속 이끌어 주던 술마이어 씨가 지멘스 계열사 CEO 자리를 찾아 독일로 떠나버리기도 해서(1993년)이기도 합니다. 10살짜리와 18개월짜리 아이들의 엄마였던 그녀는 이제 드디어 혼자(슐마이어 씨 없이) 펩시코에 입사하여 신화를 쓰기 시작합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미국 대기업이라는 곳이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많은 한계를 지우는 조직이었음이 p207에서도 확인됩니다. 펩시코만 해도 여성 CEO가 이미 브렌다 반스라는 분이 있었으나 불과 1년을 못 버티고 그만두었다고 이 책에서 그녀는 회고하며, 능력도 출중한 편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책 서드에서도 그녀는 말했지만, 자신은 어디까지나 가정이 최고라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이 신념을 일생 동안 저버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왜  우리 회사는 "긴급 문화(culture of urgency)"에 이렇게 강박적으로 짓눌려야 하는가? 좀 더 여유를 가지면 안 될까? 아이 엄마이자 가족 지상론였던 그녀는 나중에 회사의 풍조를, 보다 직원들이 자신의 가족에 더 많은 배려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합니다. p268도 참고하십시오.





p213에 보면 드디어 그녀가 펩시코의 사장단이 되던 감격적인 순간이 회고됩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친정 엄마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항상 사위에게 장모로서의 도리를 다하던 엄마는 인드라에게 "넌 집안에서는 아내이자 엄마일 뿐이다. 오늘부로 사장이든 뭐가 되었건 간에 그 자리는 주차장에 내려놓고, 가정의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주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뿐 아니겠니?" 참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자녀라는 작품은 어디까지나 부모라는 예술가가 만드는 것입니다.



p228을 보면 이래서 워킹맘이 힘들다는 게 실감이 나죠. 부모 피가 어디 안 간다고 아이들도 다 재능 넘치는 학생들이었지만 인드라는 엄마로서 좀 더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했는지 언제나 살폈다고 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p233)." 욱아에 힘쓰는 와중에도 인드라는 펩시코 내에서 갖가지 개혁을 주도합니다. 괜히 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적 혁신을 논한 게 아니어서, 잘못된 회사는 물론 잘되는 회사까지도 끊임없이 바꾸고 또 바꿔야 합니다. "내 업무는 본질적으로 끝이라는 게 없었다(p233)." p245에서 그녀는 드디어 펩시코의 단독 CEO에 오르는데 앞서 p213에서는 스티브 레인먼드(Reinemund. p197) 씨가 메인 포지션이었고 이제는 그녀가 혼자 펩시코를 이끄는 것입니다. p260을 보면 레인먼드 씨(책에서 인드라는 내내 직장 선배나 전 상사를 퍼스트네임으로 부릅니다)가 그녀에 대해 최고경영자 재목으로 최상의 찬사를 보낸 사실이 나옵니다.





여성스러움이라는 것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각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특성에 담아야 하는 주요 속성 중 하나입니다. p268을 보면 슬로건 중 cherish라는 단어가 너무 여성스럽다며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인드라 CEO가 강력하게 밀어서 결국 채택이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p272에 보면 "펩시코의 미래를 이끌 단순하지만 세심한 전략이 PwP를 통해 마련되었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한국어판의 부제이기도 하네요. p288을 보면 이분 재임기에 펩시코의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성공적인 인수합병 등을 통해 크게 확장되었다고 나오는데, 이 독후감 초두에도 적었지만 펩시코가 현재까지도 코카콜라社를 매출액 면에서는 크게 앞서는 게 다 이분의 공입니다. p316에도 PwP의 효과가 설명되네요.





펩시코의 역사를 새로 쓴 인드라가 퇴임할 때에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여성 CEO가 떠나면 잠시 열렸던 유리천장이 도로 닫힌다는 매스미디어의 우려도 있었고 무엇보다 인드라 자신이 우려하던 바였습니다. 책 후반부에는 젠더 바이어스에 대한 그녀의 긴 지론이 펼쳐지며, 예전 모토롤라에서 허니 어쩌구 하며 무시 받았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회고되네요(p341). "리더는 스스로 모범이 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p352)." 이 "모범" 안에, 차별 금지 등 현대의 모럴이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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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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