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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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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유럽 와이너리 여행
글쓴이
나보영 저
노트앤노트
평균
별점9.5 (16)
김진철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와인이 시작된 곳으로" 이 책 앞표지에 나오는 멋진 말입니다. 2006년 리들리 스콧 연출 <어느 멋진 순간>을 보면 영국의 어느 성공한 금융인이 잠시 숨을 돌리고자, 혹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유산을 관리하고자 프랑스 보클뤼즈의 한 와이너리로 향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정확히 저 문구와 맞아떨어지는 영화 내용입니다. 생을 바쁘게 사는 사람들일수록 와인 한 잔이 선사하는 달콤한 여유를 몹시도 탐닉하는데, 그들에게 바다 건너 이국의 와이너리는 마치 천국과도 같은 환희를 안겨다 줄 수 있습니다. 혹 직접 가 볼 만한 형편이 안 되는 이들에게라면 이 책은 대리만족의 가상 요트, 혹은 장래 여행에의 알찬 대비 가정교사 노릇을 해 줄 듯합니다.  



책은 모두 6개의 파트로 나뉘었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와이너리 여행자가 알아야 할 여러 상식이나 꿀팁을 각각 담은 내용들입니다. 현지를 배경으로 담은 컬러 사진, 혹은 명품 와인을 찍은 한 컷들이 가득하여, 책이 실을 수 있는 멋진 비주얼은 다 가진 듯합니다. 또 책의 머리말 격인 작가님의 다정다감한 감상문과 용어 설명 부분도 유익합니다. 


누가, 샴페인은 원래 샴페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리둥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산 발포성 와인 중에서도 샹파뉴(Champagne) 지방산만 그 지방 이름을 따서 (그대로) 샹파뉴라 부르며, 이를 영어식으로 부른 게 샴페인이라는 p25의 설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바꿔 생각하면, 우리가 역사적 앙숙으로만 알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가, 적어도 와인 소비와 그를 통한 도락에 있어서만은 서로에게 얼마나 의존하는 사이인지 새삼 확인이 가능합니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2011 에디션 웨딩 샴페인도 그렇고, 처칠 서거 10주년 뀌베가 아직도 유통된다는 사실도 영국과 프랑스의 와인을 통한 각별한 우정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프랑스어 교과서에서도 배웠듯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은 루아르 강이며 이 유역은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린다고 책 p51에도 나옵니다. 와인 예술가 알렉상드르 방(Bain)에 의하면 "포도밭에는 수많은 생명이 산다"고 합니다. 이분 말씀은, 생명 생장의 비밀을 안 후에는 그 흔한 트랙터도 함부로 가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긴, 우리의 인체도 수많은 미생물들이 공존하며 현재의 건강 균형을 이끌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안거에 사찰에서 특히 스님들, 보살님들이 일체의 벌레나 미물을 헹여 무심결애 해치는 일이 없게 조심하는 풍습도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본 로마네 프르미에크뤼 레수쇼(vosne romanee premier[=1er] cru les suchots) 한 모금 후에는 딸기, 체리, 장미 등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서서히 (와인 음미자에게) 다가온다는 대목이 특히 좋았네요.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와이너리에는, 해당 국가에 도착한 후 그를 찾아가는 방법이 상세히 바로 뒤에 딸려 안내됩니다. 예를 들어 보르도의 샤토 뒤 타이앙에 찾아가는 방법은 p93에 자차, 혹은 대중교통편으로 가는 경로가 친절하게 안내됩니다. 이 경우엔 대중교통편이 두 배 이상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신 도보 이동 중 주변 풍경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할 듯합니다. 

p120에도 나오지만 원래 카탈루냐 지방은 마드리드보다는 프랑스, 그 중에서도 남 프랑스 지방에 더 친근감을 느꼈고 사람들 기질도 마르세유나 툴롱 등과 더 닮았습니다. 프랑스 루시용은 심지어 (책에 나오듯이) 카탈루냐의 영토였다고까지 합니다. "l'Ou는 카탈루냐어로 달걀을 뜻하거든요." 필리프와 세브린 두 분은 이 유서 깊은 와인에 어떤 역사적 문화적 사연이 깃들었는지 길손(즉 이 책 작가님)에게 그윽한 어조로 설명합니다. (작가님, 혹은 이 책을 읽는 독자 일부는) 앞으로 샤토 드 루 블랑을 마실 때 달걀과 재생의 의미가 함께 떠오를 듯합니다. 

확실히 한류 열풍이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레 네프 카브에서 만난 화가 겸 와인 메이커인 파비앙은 대뜸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이야기를 꺼내더라는데, 이 와중에 다른 분이 한 말이 "일과 삶은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라야 한다"였답니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각성은 역시 와인을 이분들처럼 일상의 벗으로 두어야 가능한 경지일까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사실 이탈리아야말로 반도 전체가 와이너리를 뿌려 놓은 듯 촘촘하게 분포합니다. 록 허드슨, 지나 롤로브리지다 주연 영화 <9월이 오면>도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이 책에는 제노바의 북동쪽 프란치아코르타, 제노바 바로 아래 토스카나, 그리고 토스카나의 바로 북동쪽에 면한 에밀리아로마냐에 소재한 여러 명품 어와이너리들을 소개합니다. 토스카나를 오랜 동안 다스린 게 메디치 가문인데, 작가님이 현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한 와이너리가 바로 메디치 에르메테입니다.회장님이 직접 나오신다고 해서 일행이 갑자기 부산스러워 했다는 일화가 재미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이탈리아인이라기보다는 독일 분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프란치아코르타의 벨라비스타 와이너리를 가는 도중에는 알프스의 장관(p201)이 함께해서 더욱 좋았다고 하십니다. 여기서도 설립자 비토리오 모레티 회장을 친히 접견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을 듯합니다.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대체로 프랑스 와인보다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세뇨리오 데 칼레루에가를 저자는 이미 서울에서 맛본 적 있었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독특한 풍미가 나는지 첫 만남에서부터 반했다고 합니다. 그 비결을 현지(스페인 마드리드)에 가서 직접 알아본 결과! 필터링이 없고, 거친 땅 그대로에서 자란 포도 특유의 맛이었다고 합니다. 하긴 사람이나 농작물이나 그 땅에서 피워 올린 개성과 운명을 거부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저자가 p274의 다이브 투 와인 코너에서 소개하는 마스 라 플라나 등도 기억해 두면 좋을 듯한 스페인 산 와인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그 어디라도 TPO라는 게 있습니다.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갈 일이 있다면,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로 옷차림이 가장 좋고, 셀러 안이 추운 게 보통이므로 자켓을 걸치는 편이, 뜨거운 포도밭으로 자리를 바로 옮길 때에도 바로 벗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고 하십니다. 기행문 겸 와인 참고서로 안성맞춤인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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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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