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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13.3.28
셜록 홈즈 전집 8
- 글쓴이
- 아서 코난 도일 저
황금가지
백영미씨의 번역에 대해서는 논란이 당시에도 있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만족했다. 나이 들어 홈즈의 원문을 코난 도일 경의 문장으로 직접 읽었을 때, 일어 중역판과는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는 걸 뒤늦게서야 미처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숙달되고 미스테리의 구조를 잘 아는 추리전문가의 번역도 물론 좋지만, 영어영문학의 구석구석에 밝은 문학 전문가의 솜씨를 구경하는 것도 책읽기의 새로운 재미라는 점을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백영미씨의 필치는 사람에 따라 "직역투가 거슬린다." 같은 거부감을 표시하는 수도 있으나, 내가 읽기에는 도일 경 특유의 건조함과 위트가 살아 있게끔 신경을 쓴 게 무척 돋보였다.
홈즈의 마지막 인사가 이 단편집에 실려 있다. 그 내용은, 독일과의 전면전을 앞둔 영국의, 그리고 유럽의 정세가 긴박하게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서, 더 이상 베이커가 221B에서 자신만의 고독한 삶과 개인적 취향에만 몰두할 수 없음을 느낀 홈즈의 마지막, 국가를 위한 활약을 다룬 단편이다. 독자에 따라, 특히 외국의 독자라면 대단히 노골적으로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드러낸 이런 요소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 작품도 그렇고, 그 작품 속의 캐릭터 역시,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라는 맥락 밖에서 생존할 수는 없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조 디마지오 같은 당대의 스타가 등장함으로써 더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로, 이런 역사적인 묘사 역시 오히려 홈즈라는 캐릭터에 구체적인 근거와 역동성을 부여한다.
아쉬운 점은 작품집 초반부에 다소 초현실적인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 대거 끼어든 점이다. 도일 경은 이 당시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작품의 완성도와 질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이런 흔적은 그 소산으로 보인다. 홈즈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런 단점까지도 너그롭게 봐 넘길 줄 알아야 한다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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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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