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리뷰어클럽 [나]조

김진철
- 작성일
- 2013.5.27
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 글쓴이
- 김지현 저
서교출판사
저자는 지금 어린 나이와 젊은 나이의 기로에 섰다고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음이 슬프고 서러우나, 다만 이제부터는 "아직 젊다"는 걸로 위안을 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내는데, 그 일이 바로 "인도 배낭 여행"입니다. 참으로 당찬 어린, 아니 젊은이가 아닐 수 없네요. 인생의 어느 한 전환점에서, 미지의 낯선 곳으로 패키지 코스도 아닌 홀몸인 채 떠난다는 건 예사로운 마음이 아닙니다. 무사히 대륙 여러 곳을 답사하고 나서, 이렇게 예쁜 책 하나를 중견출판사에서 펴 내게 해서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일도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표지 제작 센스에 놀랐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실 수 있는데요. 프레임 밖으로 삐져 나온 저 조각들은 바구니 밖으로 살짝 흐트러진 꽃잎 몇 조각입니다. 사실 저도 인도에 몇 번 다녀 온 사람이지만, 특별히 "사랑을 하고 싶다"거나, 저처럼 예쁜 꽃잎의 이미지로 그 잔상이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쁜 책을 접하고 나니, 이번에는 저도 홀가분한 차림으로(저자의 표현을 빌면 "업보를 가볍게 하여") 다시 한 번 그 대륙을 다녀 오고 싶어지는데요? 책 한 권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한비야씨의 책을 읽고도 이런 생각까지는 안 들었어요.
그렇죠, 어떤 나라건 가장 아름다운 사는 모습이 펼쳐지는 곳은 결혼식장입니다. 저자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나라건 신랑은 다 원빈입니다. 신부는 다 김태희... 아니 김지현이라고 해 드려야겠네요? ㅎㅎ 책 한 권 잘 읽고 난 후니까요.
가난한 나라라서 그런지 축생의 다리도 왠지 빈곤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만 합니다. 사진 한 번 잘 찍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흐뭇해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 때문엔 놀라기도 했겠죠? 이른바 <엉만튀> 때문에 놀라는 한국 여성들이 꽤 된다고 들었습니다.
인도는 강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나라죠. 사연 있는 도시에는 어디나 강이 함께 합니다. 민초들의 사연과, 그 깊은 한숨과, 저자에 찌든 냄새와 함께.
여행 와중에도 대상의 객관화와 함께, 프레임 안으로 자신을 들여 놓는 작업을 빼 놓지 않는 저자입니다. 더운 그곳의 날씨와는 사뭇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은근 앙상블을 이루는 검정 스타킹 차림이 보기 좋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으로 사는 일은 힘듭니다. 10대때에는 그 나름대로 힘든 과제가 있었고, 대학생 시절은 사회로 발돋움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준비하고 뼈대를 완성한 채로 내놓아야 하는 시기라서 부담이 더할 수밖에요. 그런 처지에서 발 한 쪽을 다른 차원에 내놓고 사는 듯한 현지인들의 태도, 한편으로 부러울 수 있고, 한편으로 여전히 이해 불가일 수 있습니다.
ㅎㅎ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디자인의 옷"이란 표현을 했네요, 서구에서 온 사업가들은, 한국의 패션을 보고 놀랍니다. "어디서 이런 센스 있는 옷차림을, 길을 지나는 평범한 이들조차 화려한 실천으로 옮기고 사는가?" 반면 인도의 옷을 보고는, 한결같이 하는 말이 "TERRIBLE!"입니다. 이게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진짜로 거기는 패션 센스가 꽝입니다. 열대 지방 사람들에게 그런 센스를 기대하기 힘들죠.
물티슈라는 물품도 우리 나라에서나 흔하지, 몇 나라만 건너 뛰어 봐도 그리 막취급당하는 아이템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곳에 가서 새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사실 이 말은, 어떤 여성들에게는 좀 다른숨은 의미로 널리 퍼져 있는 상식을 엉큼하게 환기하기도 합니다만, 그 얘기는 이 리뷰에 적지 않겠어요). 하지만 짜증과 찌푸린 눈살로 일단 그 반응의 처음을 장식하게 되는, 아직은 갈 길이 먼 이 거대한 대륙의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새로운 관심을 돌리게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림과 젊음의 갈림에 서서 (어찌 보면 뜻밖으로 대상을 삼은 여행지일) 인도를 방문했다는 이 당찬 여대생의 여행기를 읽고, 나 자신도 몸이 아닌 마음의 여행을, 조용한 시간을 통해 설계하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116쪽 "양 동공의 → 양 동공이" 오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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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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