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김진철
  1. My Reviews & etc

이미지

도서명 표기
글쓴이

평균
별점0 (0)
김진철


목만 봤을 때, 학교생활이나 마찬가지로 그저 내 뜻대로만은 안 되는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에 대한 애환의 토로,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무력하고 명쾌한 앞도 안 보이는 직딩들에게 시원한 대리 만족을 안겨 줄 "아 이거 정말 딱 내 얘기다." 싶은 약간
막장스러운 그런 책요.


내용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구요. 읽는 사람에 따라선 위화감 때문에 더 열이 받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실 이 책은 힘 없는 직딩들이 아니라, 사장님, 이사님들이 읽으셔야 할 책입니다. 책의 존재 이유도, 일 못하는 찌질한 직딩들이
보고 화나 대신 풀라는 식의 용도가 아니고, 당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자아실현의 장에 더
적합한 곳이 될 수 있을지 개선의 제안을 하는 식이었어요. 그 비교 대상은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선진 기업에서 지닌 분위기입니다.



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야 할 저자는 미국 뉴욕대(아마 씨티大가 아닌 주립대겠죠?),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분이라고 합니다(출처-책 앞날개). 다만 첫 경력은 한국은행에서 시작했다고 되어 있네요. 리먼, 노무라를 거쳐 현재는 CJ에
몸담고 있는 해외파입니다.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았으니, 국내의 후진적인 경영 풍조가 우습게 보였을 만도
합니다.


해외 기업인들과 자주 접촉을 해 본 입장이라면 다들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점이 있어요.
우리는 그저 사적이고 업부 외적 용도로만 이용하고 마는 전자우편(e-mail)을, 그들은 참 업무에 100%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일본은 이동전화의 SMS를 우리처럼 통신사 구축 망을 이용해서 주고받지 않습니다. 문자메시지라는
게 따로 없고, 폰에서 이메일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문자, 미국인들이 text라고 부르는 걸 일본인들은
'메-루(메일)'라고 하죠. 이는 본디 이동전화를 비즈니스맨들이 주로 이용했던 데서 비롯합니다. 반면 우리는 주로 여성과 학생들이
잡담을 나눌 때 쓸 뿐이지만요. 아무튼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인지, 특히 우리의 경우 중요한 계약 관계 사무를 '문자로
??' 보내고 말면 상대에서 대단히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이 개념이 있는 건가. 지금 장난해?" 그러나 중요한 건
메시지 그 자체이지 그를 담는 수단이 아니겠죠. 특히 촌음을 다투며 사실의 파악과 의사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판에서,
문자로든 메일로든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사업적 제안 혹은 응낙입니다. 어떤 형식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족을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109페이지를 보십시오. "이메일은 덕후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날카롭게 지적한 대로, 이게 딱 우리의 수준입니다. 왜 의사표시를 꼭 면대면으로 해야만 할까요.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 회사가 여전히 아날로그의 감성에 매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 의사소통에 대한 인식 부족은 윗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아랫사람은 지금 공적인 의사표시의 왕래라는 상황을 망각한 채, "지송 ㅜㅜ"(책 p
254), "부탁해용" 같은 말투를 스스럼없이 쓰고 있습니다. 말을 듣는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건데, 평소 버릇대로 쓰잘데없는
장난이나 치던 버릇이 그대로 나와 이런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얼굴보고는 도저히 그렇게 못할 사람한테, 메일이다 싶으니
그냥 캐주얼하게 늘어진 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위와 아래 막론, 근본적인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장실에서 군기 잡는 상사(책 21페이지)는 어떻습니까. 회사는 끈끈한 정과 혈연적 유대로 이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이익을 위해
결사된 2차 집단입니다. 그런 곳에서, 아무리 상사라고 한들, 전혀 무관한 사람이 보는 앞에서 타인을 망신 줄 수 있겠습니까.
허나 우리 회사 문화는 대기업 중소기업 불문(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군대식 악습 발현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이 책은
정말 최신 정보를 다 반영하고 있어서, 얼마 전 "갑질의 전형"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포스코 그룹 모 임원의 사건도 나와
있습니다(책 p162). 그 사건과 유사하게, 저자 자신이 몸담았던 모 회사 임원이, 여행사 직원과의 통화 도중 fuck이란
단어를 썼다고 해서 바로 해고된 에피소드도 소개합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조직에서 필요 없다는
정신이죠. 그런데, 회사 내부인끼리는 어떤 매너가 있어야 할까요? 이익과 비즈니스를 위해 공적으로 결합한 관계라는 점에서,
회사의 상사와 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존중과 배려가 이뤄져야 합니다. 화장실 같은 곳에서 공개
망신을 주는 일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저도 서평 쓰면서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럼
화장살에서 상사한테 기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물론 그런 일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만, 행여 그런 일이 생기면 낯빛을 바꾸지
않고 상냥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설사 그 모습을 누가 봤다 해도, 상사한테 개인 레슨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저 태연하게 제
하던 일에 몰두하면 되죠. 이게 바로 회사 내에서 오히려 윗선의 눈에 드는 지름길입니다. 깨지면 그저 내가 못나서려니 여기고,
담부터 잘하면 됩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해외유학파인지라, 대등한 인격 간의 관계, 교류가 전제인 서양의 스탠다드가 더
우선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가지고 있나 봅니다. 뭐 사람마다 입장은 다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위와
아래의 관계도 그렇고, 관리직과 현업 사이의 관계 설정도 구미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른가 봅니다(책 p71). 사실 저도 현업은
무조건 쪼아야 한다는 주변 분위기를 몸에 익힌 상태인데, 이 책 저자분은, "현업이 국외자보다 훨씬 정보도 많고 절실한 입장인데,
관리직과의 정치를 위해 타당한 의사결정을 희생한다면 그것만큼 어이없는 일이 없다."면서, 관리의 삼성(유명한 말이죠)이 오히려
현업에게 철저히 권한 위임하는 모습을 국내 모든 기업이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 번 옳은 말입니다. 책 p143을 보면, 경험
없는 관리자가 얼마나 현장을 미치게 만드는지에 대한 성토가 잘 나와 있습니다. 기업은 첫째도 효율, 둘째도 실적이어야 하는데,
정작 인사권자가 현장의 분위기를 모르니, 현장의 현업을 잘 콘트를할 수 있는 적임자를 내보내지 않고, 자기하고 의사소통 잘 되는
사람을 내 보내니 잘 될리가 없다는 거죠. 근데 이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몸담은 회사의 경우, 야구단이
있습니다만, 야구단도 요즘은 프론트가 큰 일 하는 추세라서 감독이나 코치보다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전자, 정유, 섬유
하시던 사장님이 이리 발령이 나서 구단 사장을 하면, 대부분의 현업들은 걱정을 합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분이 무슨.."
그런데, 그건 그 임원의 개인 능력 문제지, 지금까지의 커리어와는 별 관계가 없더군요. 적응 빨리 하는 사람은 오히려 현장의
타성에 젖지 않고, 문제를 객관적, 메타적으로 보기 때문에 더 빨리 성과를 내던데요? 물론 삼성은 몇 년 전에 김응룡 씨(현업의
상징이겠죠?)를 사장직에 앉히기도 했고, 이게 더 잘된 건지 아닌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잘 되는 케이스도 있다는 점 감안하면
반드시 이런 해외파적 시각만이 옳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p123을 보면 회의의 무용성에 대해
나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회의는 저자 표현대로 필기시간이지, 회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기업의 장점을
신속한 의사결정에 있다고들 하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고, 회의에서는 질질 끄는 일을 총수 차원에서 번개처럼 결정하니 그렇게
드러날 뿐입니다. 만약 전근대적 소유 지분 구조에 큰 변혁이라도 오면, 우리 기업 상당수는 어떤 운명에 빠질까요?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어서, 삼성과 현기차, SK, LG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조직 차원의 큰 불안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모를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의사결정구조의 시스템적 개선이 없으면 정말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65
개 주제가 다 피부에와 닿는 절절한 이슈였습니다. 이렇게 잘 짚어낼 수 있는 건 저자가 해외파라서 우리 내부자들이 볼 수 없는
약점과 모순을 그만큼 잘 캐치해 낼 수 있었던 덕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객관적 진단의 장점은 해외파만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고, 좀 다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일이 이런
점에서도 시급하겠구요. 한편으로 불평불만만 일삼는 사람은 조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비판이란 언제나 대안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바로 대안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김진철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7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7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6.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83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67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103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