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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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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대반격
글쓴이
김재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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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별점7.6 (11)
김진철

한때, 1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를 일률적으로 후진국으로 분류하는 입장이 있었고, 정규 교육 과정에도 이런 시각이 공식적 도그마로 반영되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 3차 산업이 차지하는 쉐어가 믹대그래프상에서 큰 비율이면 그게 바로 선진국이라는 논리였는데요. 이런 주장의 비논리성은, 한국의 경우 이미 1960년대에도 3차 산업 종사자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는데, 이 점을 매끄럽게 해명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1, 2, 3차라는 기계적인 분류가 문제가 아니라, 개별 산업이 그 내부 효율과 충실도를 어느 정도 다져 나가면서 실질 부가가치 창출이 기여하는지가 더 중요했음은 벌써 그 시절부터 진리로 판명이 난 셈입니다.


비슷한 논리로, 섬유 산업은 무조건 사양 업종이라고 치부하던 분위기도 있었지요. 지금 최첨단 소재의 개발이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하여, 이 분야의 거인들이 R&D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쏟아 붇고 있는지 그 실상을 보십시오. 요즘 같은 혁신의 시대에는, 기존의 낡은 인식의 틀을 고집하다가는 큰 망신을 당하거나, 알짜 수익을 라이벌에 헌상하기나 딱 좋은 형편입니다. 일찌기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농사는 잘만 지으면 그만큼 재미있고 남는 장사가 또 없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아산 농장을 거대한 규모로 조성할 때, 그는 이미 30년 앞의 변혁을 내다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꿩 잡는 게 매고, 사업 이야기는 사업의 신에게 물어 봐야 정답이 나오는 법이겠죠?

여기 농업 행정의 신이라고 불릴 만한 분이 있습니다. 농림부 제 1차관으로 공직 여정을 마무리하기까지, 행시 합격 이래 거의 평생을 농업 행정 분야에서 그 정력과 시간을 바친 분입니다. 농촌진흥청장 재임 시절 조직의 현대화 달성, 일선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거울여 현장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는 등 "목민관"의 직분에 충실했으며, 퇴임 후에는 신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농업의 국제화와 전략적 영토 확장에까지 크게 기여한 인사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결코 과거 전근대의 전유적 이데올로기에 그치는 표현이 아닙니다. 열의와 창의력으로 무장한 일선의 경제활동인구와, 혜안, 비전을 겸비한 사령탑이 역할상의 멋진 조화를 이룰 때, 일국의 산업은 자국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웅비핳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일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공급 섹터의 가격 탄력도가 경직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농업 분야에서는, 중장기적 전략으로 무장한 행정 인력의 소임이 매우 무거운 게 보통입니다. 게다가, 식량의 문제는 국민 생존의 근간을 이루는 이슈이며, 안보의 주제로까지 다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농자천하지대본"은, 먼 봉건 국가의 기만적 슬로건이 아닌, 글로벌 시대의 개별 국가 노선 획정에 기본이 되는 전제가 아닐 수 없죠.

일반 독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농업이야말로 혁신의 과제가 결정과 선택의 매 순간 가장 절박하게 다가오는 영역입니다. 저자 김재수 사장은 이 책에 실린 모든 칼럼에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혁신 지향적 마인드를 신신당부나 하듯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할 때의 그는 영락 없는 entrepreneur, 기업인입니다. 그러나 그는 고위 관료 출신이기에, "농업이야말로 규제 없이는 무질서의 난장판이 될 수 있다."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기도 합니다.  "창조 경제"에 대한 요구가 관, 재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혁신 만능, 규제철폐 제일주의를 무책임하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그는 55년생 동갑이라는 사르코지의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사르코지가 진보계 정치인이 아닌, 대표적 우파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 점은 실로 의미심장합니다. 중요한 건 양 극단의 어느 점에서 가장 현명한 균형을 잡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책은 일간지 등에 기고한 칼럼 모음이라는 점에서, "농업"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주제도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게 진성 TK 논쟁입니다. 과거 특정 지역 출신이 권부를 독점할 때에는, 이런 논의 자체가 금기에 속했습니다만, 파워 엘리트의 구성이 보다 다양해진 지금은, TK 내부에서도 이런 미묘한 알력이 외부에까지 노출되는 게 흥미롭죠. 노태우 정부 당시에도 예컨대 킹메이커인 김윤환 같은 이는, 대학 학부까지를 철저히 로컬에서만 마친 학력으로 그 정도 고위직에 올랐습니다. 김재수 차관 같은 분은 아마 이 범주에 속하는 그룹일 것입니다. 그의 공정한 마인드와 자질이 빛나는 점은, 이런 편가르기가 아무 의미 없는 구태임을 명확하게 지적하는 데서도 잘 증명됩니다. 타락헌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음이 이런 데서도 일부 확인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다소 쓴맛을 다시게도 한  대목이었어요. 낡은 과거를 떨쳐 버리고 경계를 따지지 않는 미래를 통 크게 지향하지 않는 자세로는, 이런 험난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생존을 도모하기 힘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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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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