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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1. 경제경영/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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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
글쓴이
다무라 겐지 저/김현석,여선미 공역
책이있는풍경
평균
별점8.9 (13)
김진철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들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은 또한 무엇이 여태 남아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흔히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구조,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강한 대기업과 튼실한 중소기업 모두를 가지고 있죠. 이 책은, 일본의 튼실한 중소기업의 진면목이 과연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확실한 내용을 보여 주었습니다.


책의 첫부분은, 마치 대하 TV극에서 시간 순을 따르지 않고, 드라마의 끝부터 보여 주는 기법을 쓰듯 독에게 충격을 줍니다. 일본전산은 그해 결산 보고를 하면서, 순이익과 매출 모두 감소하는 실적을 주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 줍니다. 해당 개별 기업도 손해를 보았지만, 문제는 이 기업 뿐 아니라 일본의 해당 업종 전체가 지극히 심한 불황이라는 거죠,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게, 이해관계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했습니다.


이미 컴퓨터 부품 산업이란, 세계적으로 하향 추세를 탄 지 오래입니다. 컴퓨터는 물론 모바일 디바이스보다 훨씬 높은 사양과, 폭 넓은 확장성을 가지는 기기입니다. 따라서 둘은 서로 보완재일 뿐이고, 대체재의 관계는 아닙니다. 뿐 아니라, 모바일 디바이스는 컴퓨터 없이는 반쪽 짜리 기기에 불과하죠. 그런데도 왜 모든 전망은, 거의 일치하다시피 해서 "이제 PC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치며, 심지어 해당 업계에서도 대세로 이를 체념하듯 수용하는 걸까요? 답은, 이 시대,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있어 유저들의 필수 아이템인 게임 기기로서, PC의 수요가 정확히 모바일 기기에 대체되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PC 산업의 고성장도, 상당 부분은 게임 수요의 급격한 성장에 기댄 바 컸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스마트폰이 잠식했으니, PC 부품 업계는 그 부대효과로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은 거죠.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말 그대로 입지전적 인물이요, 업계에서 불사신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PC 산업의 진흥기에 별 존재도 없던 기업을 맡아,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거인으로 키워 놓았습니다. 하드 업계는 크게 WD 등 미국 업체, 그리고 일본의 히타치가 두드러진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하드의 초정밀 부품인 모터, 즉 HD의 심장을 이 일본전산이 도맡고 있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그는, 무에서 유를 창출한, 실로 기업가의 표상이라 할 만큼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신은 공평하지 않은 처사를 그러나 가끔 벌이기도 하나 봅니다. 나가모리 씨가 이처럼 번듯하게 이뤄 놓은 기업을, 후대인들이 내내 모범 사례로 기억되게 하면 좋으련만, 이 기업은 다시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나가모리 씨가 벌이는 수완이라고 해도, 업종 전체가 같이 가라앉는 추세를 무슨 수로 거역하겠습니까. 이번에야말로 일본전산은 중흥이 어려운 내리막 고비에 접어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나가모리 씨는, 이번에도 정면 돌파입니다. 그가 언제나 그래왔듯, 정공법에 정면 돌파는 부실한 체질에 내성을 강화해 줍니다. 실적이 좋지 않다? 바로 전분기에 일본전산은 "구조조정 대비 준비금 적립"을 발표해 버립니다. 숨기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기업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정직하게 알립니다. 주가는 이미 실망 부분이 반영되고, 실적이 정식 발표되어도 주가는 가라앚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라는 게... 한국에서라면 대기업도 단행하기 어려운 조치입니다. 외국인의 입김이 강하고, 내국인들은 "공식 발표가 이정도면 내실은 얼마나 더 썩어 있을까?"하며 더욱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죠.


일본이 그래서 부러운 면이 있습니다. 일단 신뢰로 승부하는 기업은, 알아서 외부에서 믿고 밀어줍니다. 한국이 채 갖지 못한 기업과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나가모리 회장의 일성을 보십시오. "이제 잔뇨감이 없어서 좋다!" 간이 부은 돈키호테이거나, 비즈니스의 성인(聖人)과도 같은 태도입니다. 전망이 객관적으로 지극히 나쁜데도, 이상한 희망으로 이 "경영의 신"을 우리는 계속 주시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들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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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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