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Reviews & etc

김진철
- 작성일
- 2014.5.28
다시 결혼할 수 있을까?
- 글쓴이
- 매기 스카프 저/나선숙 역
지식너머
요즘 전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는 의미의 가정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했던 우리네 전통 사회에서도, 부부 사이의 이혼은 제도적으로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소위 "주위 눈이 무서워서" 일단 한번 맺어진 지아비, 지어미는 평생 해로하는 게 원칙이었고, 웬만해선 주위에서 재혼 출신을 보기 힘든 게 보통이었죠.
하지만 개인 간에 맺어질 수 있는 관계 형성 중 가장 강력하고 밀접한 게 부부 관계인데, 서로 성격이 맞지 않은 두 사람이 일단 그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각자의 남은 인생을 억지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건, 대단히 어리석을 뿐 아니라 비인도적이기까지 합니다. 감정상의 이유에서건 기질적인 측면에서건 서로 안 맞는 두 사람을 동거 동숙시키는 것만큼 생 고문이 어디 있을까요? 혼인제가 교회혼에서 세속혼으로 바뀐 이래, 이혼제의 탄력적 운용만큼 합리적이고 잘 마련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어지간히 개방적이라는 미국에서도, 우리 예상과는 달리 재혼, 삼혼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배우자를 고르고 그와 잘 지내는 데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이가, 다른 일인들 그리 능숙히 처리하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선 때문에라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번의 실패가 안긴 일종의 상흔 때문에라도, 이번의 선택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돌싱"들의 공통된 심리요 자세겠습니다.
일단, 한 번의 실패를 겪고 새출발을 시도하는 이들의 애정은, 남달리 끈끈하고 깊은 애정으로 맺어져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모 부부를 인터뷰하며, 교제를 지속한 기간(여기에는 물론, 결혼 지속 기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에 대해 자신이 착오가 있었는지 일부러 물어 보았다고까지 합니다(그만큼, 마치 갓 만나 한창 애정을 불태우는 젊은 커플의 열정 못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 책에서 많이 다루지는 않지만, 소위 불륜으로 맺어져 기존의 배우자와 헤어지게 된 재결합 커플도 우리 주위에는 꽤 됩니다. 이 중에는, 아마 한쪽의 성적 행실이 바르지 않아 파경을 맞는 수도 꽤 있을 것이지만, 그런 음행의 상습자들은 구태여 결혼의 굴레에 자신을 묶어 두려 하지 않는, 일종의 준 매춘 상태의 생활을 영위할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의 주제와는 거리가 멀겠습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다시는 실패를 겪지 않은 채, 가정의 틀 안에서 안온하게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내용이니까요.
성공적인 재혼을 위해서는, 대체 왜 전 배우자와 이혼을 했어야만 했는지, 철저한 재고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는 참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지만, 그 각각의 사정이 대단히 구체적이라서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성격 차이 외에도, 이른바 "속궁합"이 잘 맞지 않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신체적 조건 외에도, 성욕의 주기가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경우도 꽤 되더군요. 주로 남편의 요구를, 아내가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반대의 경우는, 이혼으로 이어지지까지는 않는다는 반증도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바로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 문제입니다. 저자는 아예, "내부자"와 "외부자"로 틀을 나눠, 새로 혼인 관계를 맺은 한쪽 배우자가 계속 겉도는 경우를 집중 조명합니다. 서로 불 같은 애정을 갖는 이들은 성인 남녀일 뿐, 그들의 자녀가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시큰둥한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어떤 학자는 이 경우를 두고 "이혼을 통해 일어나는 가정의 해체란 한 문명의 붕괴이다." 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자녀들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표현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은 참 진지하게 쓰여진 책입니다. 1997년에 한번 면담한 부부를, 십여 년이 지나 다시 만나서 그간 결혼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추보식의 인터뷰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과연, 생면부지의 연구자가 제의하는 인터뷰에 응하겠으며, 그 연구자는 이런 경로로 취득한 정보를 다른 나쁜 용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지...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네요. 진지하게,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지닌 분들이 읽으셔야 할 책 같았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