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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1. 경제경영/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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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의 기술
글쓴이
험프리 닐 저
이레미디어
평균
별점8.1 (17)
김진철

역발상이란 모호한 개념입니다. 저는 디젤 청바지 창업자 렌조 로소의 책을 작년 이맘때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창업부터 수성까지, 개인의 일상에서 최고 경영자가 되고 나서의 집무 과정까지 모조리, 상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간다는 점에서 역발상의 온몸 실천과도 같은 인생을 사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발상이란 말이 쉬울 뿐, 그 중 일부라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못할 짓이 없다며 호언장담을 하지만, 우리 같은 일상인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게 남들(그 중에서도 바로 주변에 있는 이웃)의 시선입니다, 상식은 법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니고 우리의 의식을 지배합니다.


위대한 CEO가 존경스러운 이유는, 그들은 대체로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보다 더 까다롭고 더 정교하게, 상식과 관행을 존중합니다. CEO는, 실제로 만나 봐도 알 수 있지만, 옷차림부터 말솜씨, 매너에 이르기까지 가장 세련된 인사들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미 컴벤션이 된 규칙과 규약, 전통에 그처럼이나 신경을 쓰는 분들이, 막상 긴급 상황이나, (표면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이지만) 결정적 순간이 다가올 시, 남들이 전혀 그 단초조차 잡지 못한 기상천외한 생각을 해 내어, 위기를 돌파함과 동시에 오히려 열세를 우세로 전환하는 호기로 바꾼다는 점, 이게 정말 놀랍더군요. 평상시부터 상궤에 벗어난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이, 필요한 때에 과연 남다른 발상으로 "한 건" 하는 걸 보면 그저 그러려니, 운이 좋았거니, 저렇게 사는 사람이라서 나올 생각이거니 하겠습니다만, 지극히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이가, 파격적인 생각으로 난관을 돌파하면 참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실 렌조 로소 같은 사람은 우리 나라에 태어났으면 평생 아웃사이더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전통과 인습의 압박이 심한 환경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죽이지 않고 화려하게 싹을 틔우는 모습이, 더 경이롭고 가치를 지닌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혁신이란, 전통 산업, 첨단 산업 둘 중 어느 분야에서 더 두드러지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벤트"일까요? 사실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전통의 굴레를 과감히 깨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혁신", "혁신은 으레 이런 것이려니 하는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혁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는 해 주지만(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과 산업에 도움이 되는 혁신은 아닙니다. 혁신은 어떤 면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감이라는 게 시간표 없이 멋대로 도착하는 녀석이듯 말이죠.

이 책은 먼저, "전통 산업"에서 가장 큰 혁신을 이룬 성공 사례로 CJ를 들고 있습니다. 이병철 집안의 장손인 이재현 씨가, 제일제당 등을 상속 받았을 무렵, 이 영역이 사양 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많은 이들은 고인이 죽을 때까지 장남 맹희씨에 대한 노여움을 거두지 않은 걸로 해석하곤 했죠(삼성그룹이 향후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분야가 반도체라며 선구적인 판단을 했던 사실과 비교하면 더더욱 두드러지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CJ라고 하면, 젊은 세대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런 낡은 전통 산업과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 뚜레주르가 CJ 소유인지 아는 이들은 드물지만(젊은 세대는 대체로 그 경쟁업체- 실제 기업 규모에서는 상대에 비해 상당히 영세한 편입니다만 - 빠리바게뜨의 아이템을 더 선호하긴 하죠), 여튼 이 기업은 외식업으로 신규 진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외식업이란 전통적으로 영세업체들이 각축하는 레드 오션이었으나, 미국 등에서는 이 시장을 두고 구조의 재편이 이루어져(이 역시 혁신입니다. 혁신은 개별 제품상의 기술 혁신만을 일컫는 게 아닙니다), 발상의 기초를 새롭게 다진 많은 기업에게 노다지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CJ를 두고 역발상 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혁신의 빌미, 틈새는 첨단 산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미 구조가 완강하게 고착된 전통 산업, 즉 레드 오션에도, 보는 구도(퍼스펙티브)만 달리하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지점이 얼마든지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태양광 산업의 전망을 두고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초기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이제는 부품 가격의 인하(폭락에 가까웠다고 하죠? 이유는 다른 게 아닌, 바로 태양광 산업에 대해, 거품에 가까울 만큼 과도한 기대를 하고 많은 업체들이 달려든 탓입니다)로 인해, 오히려 시장에 선제 진입하여 한번 치고 빠지기식으로 대쉬할 시점이라고 합니다. 이 주장이 왜 역발상이냐면, 해당 업계에서는 이미 맛본 실패의 쓴맛 때문에, 태양광 산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 책의 제목과 컨셉은 "역발상"에 주안을 두고 있지만,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면 "무리한 역발상에 올인하기 보다, 오히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 더 많았습니다. 뭔가 기발한 내용으로 가득 찬 전개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조금 실망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만(이런 게 혹시 역발상이었을까요?^^), 역발상으로 크게 한 건 하는 식의 기대는, 자칫하면 요행주의, 사행심, 한탕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생각입니다. 평소부터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사는 인간이라야, 천 번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호기를 기회로 선용할 수 있겠으며, 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모범적으로 사는 매너 좋은 CEO들"을 거론한 건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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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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