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영/자기계발

김진철
- 작성일
- 2015.12.24
싱글태스킹
- 글쓴이
- 데보라 잭 저
인사이트앤뷰
PC가 진화한 프로세서(CPU)를 내세워 멀티태스킹에 특장(特長)이 있음을 내세운 건 이미 꽤 오래되었으며, 요즘은 모바일 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일만 파는 건 쓸모없고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게 어느덧 대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적 자원뿐 아니라 인적 자원(personnel)도 마찬가지여서, 위에서 시키는 일은 여럿을 척척 해 내는 직원이라야 유능하다는 평가를 비로소 받습니다. 한 가지 똑부러지게 잘하기도 쉽지 않은데 여러 과업을 동시에 해 내야 대접을 해주겠다니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내 마음 같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일을 해야 능력이 증명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분은 이런 시대에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잊으라"는 주문을 합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목할 수밖에요. 대세에 이렇게나 역행하는 한 마디를 대놓고 당당하게도 말하다니! 할 말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아 속은 시원합니다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느낌도 던집니다. 듣기만 해도 초라한 것 같은 단어 "싱글 태스킹"의 미덕이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한 술 더 떠 "요즘 대세랍시고 뜨는 멀티 태스킹은 실체가 없으며, 여러 일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벌이는 '태스크 스위칭'일 뿐이다."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이건 정말 핵심을 찌른 진단입니다. 우리는 흔히 "관점"과 "팩트"를 혼동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사실 우리가 현장에서 "멀티태스킹"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저 정신사납게 바쁜 척하는 번잡성의 과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이사진이건 중간 관리자건 대리건 최말단 직원이건 누구 관점에서 봐도 실체가 동일하다고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태스크 스위칭"에 지나지 않는 걸 "멀티태스킹'이라며 과대 포장하는 건 모두에게 lose-lose 결과를 낳는다는 겁니다. 어느 직급에서건 여러 "태스크"를 동시에 척척 처리하는 건 그저 환상에 불과하고, 어쩌면 어느 시점부터 영리한 "아랫사람"이 자신의 효율성을 과장하기 위해 심어 놓고, 어리석거나 환상에 빠진 관리자가 업무 통제의 수단으로 확산한 신화에 불과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마치 스타하노프 운동처럼).
예전에 닉슨은 제럴드 포드를 가리켜 "사람은 좋으나 껌 씹기와 걷기를 동시에 못 하는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유신시절 어느 요정 운영자를 두고 한 고위 공직자는 "아홉 명의 고객을 동시에 응대하는 구미호"라 부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한 가지 일을 똑부러지게 처리하기만 하는 것보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게 겉보기에는 확실히 유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한다고 해도 개별 업무의 처리 완성도는 매우 불완전할 뿐이라며 일침을 놓습니다. 멀티태스킹은 관리자의 관점에서도 과업의 불완전 달성을 목도할 뿐이며, 하급 직원의 경우 노동에서의 소외와 좌절감, 의욕 저하만 부를 뿐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Back to the Basic." 일이 잘 풀린다면 지금의 방식이 "뉴 노멀"이 되어 앞으로의 지침 구실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회사에서 업무가 잘 수행되고 있습니까? 멀티태스킹은 수단입니까 목적입니까? 과업을 위한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되고 있다면, 당신은 핸즈프리 없이 통화하는 운전자와 같습니다. 그 순간은 versatility의 환상이 당신을 즐겁게 해 줄 지 모르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파국이 기다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지요.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