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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1. YES24 파블미션(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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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Thinking 씽킹
글쓴이
임정섭 저
루비박스
평균
별점8.7 (3)
김진철

어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뭐? 지금 이걸 실제로 해 보자는 게 아이디어였어?"
"응, 그냥 아이디어라고 했지, 내가 '좋은' 아이디어라고는 안 했잖아."

어떤 아이디어는 분명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인데, 너무도 무모합니다. 이걸 실천에 옮기다간 그게 과감한 실천이 아니라, 실험용 쥐처럼 다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에서 숙어처럼 쓰이는 표현 중에 "That's not a good idea."가 있죠. 그냥 착상이 별로였다 이 정도가 아니라 뭔가 치명적으로 판단 착오를 저질렀을 때 아이쿠 하며 내뱉는 표현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발한 생각이 쉬지 않고 나올 수 있을까요? 좋은 머리를 타고나야만 가능한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특별한 교육과 보살핌을 받은 소수에게만 허용된 특권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ㅎㅎ), 세상이 그저 주어진 조건대로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재미 없는 곳이겠습니까. 때로는 언더독이 멋지게 역전타를 칠 수도 있는 세상이라야만 그게 모두가 두 발을 딛고 질주하며 참여할 가치가 있습니다. 마틴 가드너는 "반짝 떠오르는 영감이야말로 시간만큼이나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진 자산"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몇 개 대박 기안을 해서 신세가 훤히 편 이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쓰기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사실 글쓰기만큼 창의력을 요하는 과업도 없겠습니다. 기존의 정보를 소재로삼아 창의적인 배열, 편입, 구조짜기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 하나가 나오게 하는 일이야말로 창조주의 그것에 비길 만합니다. 꼭 소설처럼 일찍이 없던 우주 하나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짧고 간단해도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유익한 교훈을 주며 정신을 신선한 영감으로 물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저자는 창의적인 글쓰기, 혹은 그 전단계로서 창의적 착상이 쉴 새 없이 나오게 하기 위한 아홉 가지 코드를 제시합니다. 다 열거하자면 직시, 감성, 분석, 조합, 전복, 차별, 통찰, 몰입, 수집, 이렇게 아홉 가지입니다.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가르침, 그리고 인스트럭션이 많아서 집중을 하고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저는 예전에 앤드류 파커의 대중서 <눈의 탄생>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일단 눈으로부터 얻는 시각적 정보가 인간 정신의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진화론적 어프로치를 통해 인문적 각성을 한 기억이 납니다. 일단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으면 그것만으로는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통한 텍스트만 잡고 있으면 그건 죽은 지식에 그칠 위험이 너무도 큽니다.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무엇이 세상을 지배하는 정신, 흐름인지는 "눈으로 봐야" 그 핵심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렇게 시각적으로 본 정보가 마냥 절대적일까요? 제가 겪은 중에는 참 무지한 인간이 "아 내가 봤단 말이야!"라며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우기는 부류입니다. 자신이 잘못 볼 수도 있다는 걸 도무지 인정 않으려 듭니다. 널리 알려진 지식처럼(자계서에 많이 나오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특정 토픽에 집중하면 옆에 지나가는 고릴라도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세계의 실상은 눈으로 봐야 옳게 보이는 거지만, 정작 소중한 건 오히려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겸손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네요.

"분석"은 이 책에서 전체를 하나하나 쪼개는 걸 의미합니다. 온전한 꼴을 이루는 개별 부품, 요소가 무엇인지를 헤쳐 보는 작업이 없이는 그 실체를 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와 통하는 게 두 챕터 뒤에 나오는 "전복"입니다. 멀쩡해 보이지만 그래도 일단 뒤집어 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라면 "조합"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요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품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게 이 과정의 핵심입니다. 잡스도 자신이 세상에 없던 기발한 걸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혁신이란 연결성에 있다." 그렇게 해서 옆에 굴러다니던 잡동사니가 "세상에 없던 차별성을 갖춘" 신제품이 되는 겁니다. 책은 좀 특이하게도 "수집"이란 코드로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소재가 없으면 창조가 있을 수 없고(캐릭터 셜록 홈즈의 유명한 말이기도 하죠), 다만 그 소재들이 잘 정리된 채로 있어야(즉 콜렉션)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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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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