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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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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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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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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 (2)
김진철

한때는 "원 오브 뎀"이 아니라 "온리 원"이 되라는 주문이 실제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독자로서 저 역시 이 블로그에 4, 5년전 그런 내용을 담은 자계서를 읽고 서평을 남겼던 기억입니다. 물론 그런 책들에서 주장하는 "온리 원"論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일류가 되라는 비현실적이고 냉혹한 주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개성과 취향, 특장을 잘 살려 대체 불가능한 인적 자원이 되라는 충고에 가까웠죠.

이 책은 "온리 원의 프런티어가 되지 말고, 많은 이들이 기꺼이 열망할 수 있는 분야, 레벨에서 최선을 다하는 실천가, 혁신가가 되라"고 독자에게 충언하는군요. 무슨 뜻인지 좀 더 자세히 읽어 봤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에브리원의 이노베이터"는, 그저 자기가 지금 몸 담은 분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과업, 자신이 즐겨 행하는 실천적 업무에서, 작은 개선이라도 큰 의미를 두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직업인을 뜻합니다. 저자가 예로 든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박지성 등은 모두 "1호"들입니다. 남이 개척하지 못한 처녀지를 처음 밟은 특별한 인생들입니다.

아이들에게 읽히는 위인전에는 "처음 극지를 탐험한" 피어리, 아문센 등의 인생을 정리하여 들려주며 "그들처럼 빛나는 '최초' 인생"이 될 것을 은근 강박합니다(독자로서 저 역시 그런 교육을 받아왔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최초"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선점되어 남아 있질 않고, 누구에게나 가능하리라며 그저 정직한 땀방울이 모든 걸 보상하겠거니 하는 소박한 믿음은, 아주 특별한 두뇌와 행운을 지닌 이들이 독점하는 성과의 잔치를 보며 여지없이 배신당하기 일쑤입니다.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린 시절 단 한 번이라도, "최고가 된 인생을 살아갈 어른이 될 꿈"을 의심해 본 적 있었나요? 그리고 지금의 처지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까?

저자는 그래서, "불가능한 희망, 목표로 자신의 영혼을 좀먹지 말고, 지금 당신이 처한 현실, 도달한 지점에서 최선의 노력과 (가능한 한) 최상의 목표를 설정, 달성하며 행복을 느끼라"고 조언합니다. 그게 바로 "자신의 일상에서 매번 작은 혁신을 이루며 만족하는, 에브리원의 이노베이터"입니다. 이 역시 현실과의 타협이라든가, 무사안일에 빠지라는 결론과는 크게 다릅니다. 우선, 주제파악이랄까 현실에의 정확한 인식부터가, 이미 정신에 헛바람이 든 이들에게는 어려운 문제지요.

현실에 안주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혁신"을 이루려면(아무리 작은 단위, 규모의 혁신이라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과감히 내려다볼 줄 알고, 필요없는 허식이나 효용이 다한 평판, 명예감정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이만큼 못한 이들이 많을 건데, 괜히 모험했다가 벌어 놓은 것까지 다 까먹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일상의 작은, 자기만의 혁신"까지 발목을 잡는 퇴행적 태도입니다. 주제 파악이 정확히 된 사람은 오히려 뭘 버리고 뭘 끝까지 지녀야 할 지 확실히 선을 긋고, 그 실행이 과감해집니다. 절대,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는 게 "현실주의자의 본분"이 아니라는 게 포인트죠.

이 책은 그런 "에브리원의 이노베이터" 컨셉의 롤 모델로, 한국에서 이미 최고의 타자가 되었으나 이에 머물지 않고 일본에 건너가 새로운 도전을 이룬 이대호 전 롯데 선수를 꼽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저도 롯데 팬이라 그 데뷔부터 성장 과정을 계속 봐 왔는데요. 처음에 덩치만 컸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근성도 부족해 보여서 볼때마다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반면 학창 시절부터 그의 라이벌로 꼽힌 타 팀의 모 선수는 내추럴 본 볼 플레이어처럼 초년생 시절부터 루키의 교본상을 보여 줘 롯데 팬 입장에서 더 속이 터졌지요. 그러던 이 선수는, 어느날 무슨 경위였는지 각성을 이뤄 포텐이 터지고, 한국 리그에서 타자가 달성 가능한 모든 기록을 세운 후(사실 이것만 봐도 이미 온리원 프런티어인데) 일본에 건너가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상당수가 우려했지만 다시 빅리그까지 진출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기자님(저자)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 이대호 선수는 물론 좋은 체격 외 여러 호조건을 갖췄지만, 이른바 천재형 선수는 아니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천재형은 앞서 언급한 그 다른 팀의 모 선수가 그런 편이죠(아니면 요즘 다시 살아나는 강정호라든가). 그리고 빅리그 진출 전에도, 어떤 MLB 스카우터가 "이대호는 리그 팩터를 강하게 받는 타입"이라며 평가 절하한 적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대호는 한국리그에서조차 처음에 고전했지만, 결국 뛰어난 적응과 성실한 연구 끝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기자님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 부분이라고 봐요. 자신이 따라할 수 없는 타고난 어떤 경지를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연구하여 유연하게 적응하는 노력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추구할 수 있고, 또 달성 가능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길이라는 점. 이대호 선수의 인생 궤적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결론입니다. 그전부터 이대호 선수 인터뷰를 들어 보면, 멘탈이랄까 각성이 바로 된 한 마디가 캐치되더군요. 선수든 그 누구든 타고난 하드웨어(높은 지능은 사실 여기 포함됩니다)보다는, 근성, 회복력, 멘탈, 좋은 성격 같은 소프트웨어가 성공에 더 중요한 요소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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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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