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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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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사는 시대는 끝났다
글쓴이
이응원 저
BOOKK(부크크)
평균
별점6 (1)
김진철

정해진 우주의 법칙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저자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하나 확실히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이 있다면, "왜 우리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위화감을 느끼는가? 왜 어떤 이들에 대해서는 맹렬히 적대하고, 어떤 이들에 대해선 공감과 유대를 넘어 애정까지 갖게 되는가?" 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아주 선명하지는 않으나) "본디 태생부터, 그리고 아득히 먼 기원에서도, 우리들은 한 뿌리 동일 우물에서 자라난 씨앗, 영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입니다. 본래 다르게 태어난 이들이 다르게 상호작용하고 다투는 모습이 또한 자연스럽지 않냐는 반문입니다. 오히려 다름을 화끈히 인정하면, "이 또한 본래 이치가 그런가 보다"하고 그 해법이 더 빨리 발견되지 않겠냐는 쿨한 제안인 듯도 보입니다.

저자는 마치 고려나 조선시대의 마인드를 불가사의하게 여태 간직한 정신처럼, 과거를 몸소 감각으로 겪은 영혼처럼 담담하게 "역대 이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없었다"며 그 적나라한 발전상에 대해 흔쾌히 평가를 내린 다음, 바로 어조를 바꿔 "너무나도 다른 것들이 억지로 엮여 화해와 협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서로 이질적인 게 한데 섞여 얼마나 위험한 화학 작용, 그리고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도 슬쩍 암시합니다. 과거 빈곤이 보편적 제약으로 모두에게 작용하고, 한정된 수명과 계급적 착취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여겨질 시대라면, 어차피 개인이 반항하고 몸부림쳐 봐야 현실적으로 개선 가능한 과제가 하나도 없게 마련이니, 그저 "착하게" 사는 게 답이라고 다들 불안한, 맥빠지는 합의를 봤을 만도 합니다. 몽골 정복자를 몰아내고 한족 문화를 갓 복원한 주원장도 그의 리더십이나 인격이나 이념이 정의로워서 천하통일에 성공한 게 아닙니다. 다른 대안이 없었고, 그래서 지극히 소박한 "육유" 따위가 다시 복고적 통치 도그마로 등장한 거죠.

과학기술의 발전, 혹은 저자의 표현대로 "우주 원리의 발견과 그의 폭 넓은 적용" 덕택에 우리 인류는 전에 겪지 못한 풍요와 여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대체로는 도시 문명의 발달에 따른 부작용으로 간주되는) 범죄의 증가와 정치적 성향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되었을망정 정신과 의식의 위기를 겪는 게 우리의 사정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물론 배를 곯아도 살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누구(특정 집단)을 혹심히 증오한다거나, 저놈과는 죽어도 못살겠다며 속을 끓여도 생존에까지 지장이 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굶어 죽는 것도 고통스럽겠지만, 몸 곳곳에 암세포가 퍼져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신체 말단에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것도 못 견딜 일임은 마찬가지입니다(오히려 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암이 거의 대부분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연유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상식입니다. 암이 체질, 유전이라고도 하는데 그 체질적 특성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정신적 개성의 유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지혜는, 날이 설 대로 선 타인의 취향과 의견과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성향 같은 걸 어떻게 수용하거나 이해해 주면서 그들과 공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몇 달 전에 <불멸주의자>를 읽으면서, 유한한 수명의 인간이 무한한 삶에 대한 희구를 가지면서 변형 욕구로 나타난 게 정치적 신조, 종교적 믿음(내가 죽어도 이런 가치는 영원히 살 것이다 같은)이라는 주장이 좀 다른 각도로 부각된 걸 읽었습니다. 이게 도를 넘으면 그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물리적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그런 모습을 걱정스럽게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다툼과 갈등 속에서, 그저 착한 마음으로 "에휴 저사람들 얼마나 또 마음이 아프고 절실하면 저러겠어? 덜 급한 내가 양보해야지."라고 무조건 물러서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어느 정도 넉넉히 마련된 물적 바탕이 있기에, 우리는 이제 용감히 정답을 찾고 현실의 더러운 측면을 직시해도, 그걸 감당할 만한 자원이 확보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고루한 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느낌과 각자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 속에 한을 억누르지 않는 게 오히려 답에 가깝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책은 제가 뜻하지 않게 어떤 동료로부터 선물로 받았습니다. 마침 리뷰를 쓸 수 있는 페이지가, 신간 자기계발서 코너에 마련되어 있기도 해서 이렇게 서평을 남기지만, 글쎄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동의한다거나, 그 전에 어떤 명확한 이해가 이뤄진 독서였는지는 확신이 그리 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추종자나 "신도"로 등록하겠다는 의사의 표시를 하는 게 아니고, 역으로 내 생각의 텃밭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때로는 낯선 주장에 대해서도 뭔가 발상의 단초를 얻을 게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도 제 블로그 한 구석에 소중한 기록의 하나로 남겨 기억하고 싶습니다. 선입견보다 책이 두껍고 가격도 고가로 책정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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